[홈리스, 쫓겨난 아이들] 유일한 정책 ‘쉼터’마저 태부족
입력 2013-07-20 05:04
청소년쉼터는 여성가족부가 가출 청소년을 위해 시행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이다. 전국적으로 92개(2012년 기준)가 운영되는 청소년쉼터(일시, 단기, 중·중장기)에서는 기본적인 숙식부터 의료, 용돈, 학교, 직업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여가부는 올해 7억6600만원을 들여 11개를 확충한다.
◇20만명 대 1만명=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쉼터 수용인원은 약 1000명, 연인원을 계산해도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 해 20만명 정도라는 청소년 가출인구와 이 중 12만∼14만명으로 추정되는 홈리스 청소년에게 안전지대가 돼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최대 1∼2년간 머물 수 있는 중·장기쉼터 다음의 대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만 18세를 넘겨 아동보육시설(옛 고아원)을 나오는 청소년에게 보건복지부는 자립정착금, 전세주택자금 등을 지원한다. 가출 청소년들이 중·장기쉼터를 떠날 때는 빈손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은 똑같지만 ‘시설 아동’과 ‘가출 청소년’이라는 정부 분류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가출은 비행’이라는 오랜 편견이 낳은 정책적 차별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을 보면 이런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운영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인 주거공간이다. 청소년자립지원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내년에 수도권에 3곳의 청소년자립지원관을 만들기 위해 안을 짜놓았지만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8월 중으로 기획재정부에 추가 항목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의 자립지원?=한편에서는 아이들을 ‘시설’에 묶어두는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규 서울 신림청소년쉼터 실장은 “쉼터를 찾는 아이들은 홈리스 청소년 중 극히 일부이고 다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든, 범죄를 저지르든 그들끼리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인간의 기본권, 먹고 잘 곳을 해결해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주택 입주권, 기초생활수급권 등을 제공해 범죄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이나 교육 등을 배제한 이른바 ‘묻지마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아이들이 조건이나 규칙 없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사회적 자립’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급진적 개념이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는 “좋은 환경의 보호기관을 확충해서 아이들을 잘 교육시켜 자립할 힘을 길러줘야지 돈을 주거나 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에서는 가출 청소년을 불법체류 노동자처럼 부리는 악덕 업주 단속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성년자 고용에 필요한 ‘부모동의서’가 없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홍봉선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법 고용의 대가로 아이들은 말 못할 불이익을 당한다. 우리 사회의 슈퍼을”이라며 “신고센터만 제대로 운영해도 해결될 수 있다.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