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에 막힌 9월 미·러 정상회담

입력 2013-07-19 19:0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머물면서 최근 러시아에 임시 망명 신청을 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 때문이다.

스노든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방이민국에 ‘미국으로 돌아갈 경우 신변안전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임시 망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망명 허가 검토에는 최대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청서 접수가 완료되면 스노든은 일시적으로 러시아 체류를 허가받는다. 미국으로선 용납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두 나라 관계가 최근 들어 악화일로인 것도 회담 취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NY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 문제뿐 아니라 다른 이슈에 있어서도 두 나라 정상이 회담할 만큼 공감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인권침해에 연루된 러시아 고위인사들을 제재하는 ‘마그니츠키 법’을 제정한 뒤 두 나라는 인권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외교 공방을 벌여 왔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스노든을 우리나라에 가두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8일엔 백악관이 “러시아가 반대자와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37)가 이날 5년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시리아 사태와 미사일 방어체제 등 다른 외교 현안에서도 두 나라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키로프시 법원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나발니를 일단 풀어줬다. 9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 출마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