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트로이트 파산 보호 신청] 車산업 시들 황폐화…185억 달러 빚더미에 깔리다
입력 2013-07-20 04:58
미국 디트로이트시는 도시의 급속한 융성과 쇠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950년대 미 자동차산업의 중심이자 제조업 본산으로 불릴 당시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180만명으로, 미국 4번째 규모였다. 주민 1인당 소득도 미국 최고 수준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항공기까지 생산해 내면서 ‘민주주의의 병기고’로 불렸다. 하지만 80년대 100만명으로 떨어진 뒤 현재 인구는 70만6000명에 불과하다. 특히 생활 조건이 악화하자 2002년 이후 25만명 이상이 이 도시를 탈출했다.
디트로이트의 쇠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핵심 산업인 자동차에서 시작됐다. 5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업체들이 다른 도시에 공장을 지으면서 ‘모터 타운(자동차도시)’이라는 디트로이트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토종 완성차·부품 산업이 위축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자 인구가 급감했다.
팔리지 않는 집과 사무실, 텅 빈 공장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지고 세수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방만한 재정 집행도 주요 원인이다. 인구가 줄어 세수가 감소하는데도 디트로이트시는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데 돈을 썼다. 대부분 디트로이트시가 발행한 지방채, 주정부 보증채 등으로 빚내서 쓴 돈이다
경찰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예산이 마구 깎이면서 도시의 치안과 생활환경은 급속히 나빠졌다. 중산층이 근처 오클랜드 카운티 등 근교 거주지로 대거 빠져나가며 도시는 빠르게 ‘슬럼화’됐다. 현재 도시는 흑인이 83%이고 인구의 약 3분의 1이 극빈층이며 살인범죄율은 미국 1위이다. 건물 약 8만채가 버려지거나 심하게 훼손된 상태이며, 가로등의 40%가 작동하지 않는다. 실업률은 18.6%로 전국 평균의 배를 훨씬 넘는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법원은 디트로이트시가 챕터9(연방파산법 9조)의 적용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챕터9 허가가 나더라도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인 회생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질적이며 잘 준비된 회생계획이 없으면 파산절차를 거듭할 수 있다. 각종 공공서비스가 어떻게 될지 등 곳곳에 내재된 불확실성으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신청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퇴직공무원 연금·건강보험 급여와 시 발행 채권 간의 우선변제 순위 등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유사한 지자체들의 파산신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Key Word-챕터9(Chapter9)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절차를 규정한 연방파산법 9조를 말한다. 미국 파산법에는 기업의 파산절차를 규정한 ‘챕터 11’과 개인의 파산절차를 담고 있는 ‘챕터 7’도 있다. 챕터 9은 챕터 11, 7에 비해 연방법원 판사에게 주어진 재량권이 적다. 예컨대 챕터 11, 7에선 판사가 기업 또는 개인에게 자산 매각 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시할 수 있지만 도시 파산의 경우 지자체에 강요할 힘이 없다. 때문에 파산에서 구제되려면 지자체의 자체 역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