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인솔교관 중 2명 무자격… 구조 우왕좌왕

입력 2013-07-20 05:05

충남 태안군 해수욕장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바다에 휩쓸려 사망한 사고는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일부만 자격증을 보유한 교관들은 사고가 터지자 우왕좌왕했고, 안전수칙조차 없었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캠프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이마저 무시됐다.

릐구명조끼 벗고 깊은 바다에=공주사대부고 2학년생들은 18일 오후 1시부터 ‘IBS(상륙용 고무보트) 육상, 해상훈련’에 참여했다. 도전정신과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마련된 훈련이었다. 학생들은 마지막 훈련 도중 백사장에서 다음 조와 교대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벗었다. 이후 학생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10명씩 손을 잡고 뒷걸음질치며 바다로 들어갔다.

사고 현장에는 교관 6명이 전부였고, 학교 교사들은 없었다. 교사들은 파도가 아이들을 집어삼킨 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7시에야 경찰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관행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캠프 교관들에게 학생 관리의 전권이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릐자격증 없는 교관 ‘우왕좌왕’=학생들은 사고 당시 당황한 교관들이 긴급 구조작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교관이 허우적대는 학생들에게 ‘더 들어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관도 당황했는지 호각만 불어대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고 말했다.

교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부 학생들이 나서서 친구들을 구했지만 구조작업 과정에서 5명은 물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했다. 교관들은 허둥지둥 바다를 빠져나온 뒤 점호를 통해서야 실종자 5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태안경찰서는 훈련을 담당했던 교관 A씨(44) B씨(30) C씨(37)를 업무상 과실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캠프 교관들은 일부만 수상활동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황준현 태안경찰서장은 19일 브리핑에서 “교관 32명 중 인명구조사자격증 소지자가 5명, 1급과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가 각각 5명과 3명이었다”고 말했다. 훈련에 나선 B씨와 C씨 모두 아무런 자격증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관 6명은 지난 6일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캠프 참여를 앞두고 급히 채용됐다.

릐‘갯골’ 많은 위험 지형=사고가 난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는 평소에도 물이 빠지면 생기는 갯벌 웅덩이인 ‘갯골’이 많은 지형으로 유명하다. 숨진 학생 대부분의 시신도 ‘갯골’에서 발견됐다. 경사가 완만한 구역이지만 천수만과 백사장항 중간 지점에서 썰물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장마 기간이었다. 이곳 주민은 “사고 발생 3~5일 전에 비가 많이 내렸고, 사고 당일에는 돌풍이 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청소년 캠프를 열면 위험하다”고 캠프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이곳에서 파도에 휩쓸려 1명이 사망한 사고를 목격했다는 태안해수욕장연합회 윤현돈 회장은 “사고 직전 ‘위험하니 안전수칙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캠프에 당부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안=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