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두환 아들 삼형제 해외 금융거래·부동산 추적

입력 2013-07-19 18:29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전은 국내 은닉재산과 해외 비자금 추적 두 갈래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외 비자금은 1997년 추징금 확정 이후 16년간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 차례도 실체가 규명된 적이 없었다. 검찰의 한 간부는 19일 “해외 비자금은 추적이 어렵지만 성과에 따라 추징액 단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전 전 대통령 일가 관련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전산기록, 일가 관련 과거 수사기록 일체를 분석해 은닉재산이 해외로 흘러간 정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재국·재용·재만씨 관련 기업들의 해외 금융거래 내역과 부동산 매매 내역 등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와 달리 이번에 새로 나온 단서는 해외 비자금 쪽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대검 중앙수사부는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으로 의심되는 167억원의 괴자금이 재용씨에게 흘러간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무기명 채권을 여러 차례 세탁한 후 그중 12억원을 미국 현지법인에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재용씨가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 고가의 빌딩을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부인 박상아씨 친인척 관련 계좌가 동원된 흔적도 찾아냈지만 해외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어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박씨가 2003년 5월 1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에, 2005년 9월 27일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지역에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매매계약서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재용씨에 대한 검찰 수사 후 형 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이체했다. 재국씨는 블루 아도니스와 금융거래를 위해 싱가포르에 아랍은행 차명계좌까지 개설했다. 검찰은 아랍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김모(60)씨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막내 재만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 장인인 동아원 이희상 회장과 공동 소유한 1000억원대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매입 과정도 의심하고 있다. 2009년 다나 에스테이트 대출서류에 재만씨 서명이 등장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처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비자금 흔적을 발견하면 곧바로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전 전 대통령 일가에는 역외탈세나 해외재산도피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비자금의 경우 이재현 CJ그룹 회장 수사에서처럼 금융거래 내역 확보가 쉽지 않고 사법공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찰도 최대한 신중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과는 별개로 단서가 나오면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