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한 우리 아들 돌려주세요”… 태안 캠프 사고 가족들 통곡의 현장
입력 2013-07-20 05:10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가 바다에서 실종된 공주사대부고 이병학(18)군의 어머니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학교 홈페이지 속 아들 사진을 쳐다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사진 속 이군은 학교에서 이뤄진 선배의 강연 행사에서 맨 앞줄에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충남 지역 명문고로 알려진 공주사대부고는 기숙형 학교로, 평소에도 한 달에 한 번씩만 외출이 허용된다. 학교 안에서는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돼 있는 탓에 가족들은 가끔 걸려오는 공중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공부하는 아들이 안쓰럽고 그리울 때마다 이군 어머니는 홈페이지 속 ‘소식지’에 실린 아들 사진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가족들은 지역 명문고에 진학한 이군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충남 논산중을 수석 입학했던 이군은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며 경찰대 진학을 목표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어머니는 19일 “공주사대부고에 입학한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는데, 그 학교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며 끝내 쓰러져 오열했다.
진우석(18)군의 어머니는 애타는 마음으로 밤새 캄캄한 바다를 지키며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진군 어머니는 “아들이 해병대 캠프에 다녀온 뒤 사관학교 진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집에 오면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농구복을 새로 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진짜 해병대인줄만 알고 애를 보냈는데, 해병대 흉내를 낸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위험한 바다로 내몰 수 있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군의 친척들과 교회 관계자 6명은 19일 새벽 3시 백사장에서 무릎을 꿇고 “우석이를 살려 달라”며 울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군은 사고 발생 25시간 만인 오전 6시15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평소 부모의 속을 썩일 일이 없는 모범생들이었다. 평범한 학생들처럼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탓에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며 일찍 철이 들었다. 부모들은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갖지 못하고 좀더 챙겨주지 못했다는 회한이 사무친 듯 가슴을 쳤다.
실종자 장태인(18)군의 어머니는 “평소에도 하루 종일 공부만 시키는 학교인데, 마지막 가는 길까지 ‘훈련’을 하고 보냈다”며 “차라리 실컷 놀게 해 줄걸…”이라며 울먹였다. 오빠를 끔찍하게 따랐던 장군의 동생은 빈 바다를 향해 쉬지 않고 ‘오빠’를 부르며 목 놓아 울었다. 아이들을 삼켜버린 바다에선 파도소리만 돌아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