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불감증, 언제까지 이 소리 들어야 하나

입력 2013-07-19 17:37

대형 인재가 또 터졌다.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로 근로자 7명이 생명을 잃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 5명이 사망·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은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충실히 따랐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후진국형 사고였기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고교생들이 사망·실종된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는 물살이 거세 수영하기엔 부적절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캠프 교관들은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학생들을 그곳으로 들어가게 했다. 90여명이 바다에 들어갔는데 교관은 달랑 두 명만 배치됐다. 인솔교사는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게 학생들의 증언이다. 해병대 캠프는 물론이고 학교 측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사고 전날 안면도 지역엔 150㎜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고, 파도가 상당히 높아 파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위험을 직감하고 사고 당일 해병대 캠프 측에 래프팅 체험 중단을 요청하고, 경고방송까지 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이 캠프는 설립된 지 1년도 안 되는 신생 업체로 해병대 출신 임시직 강사를 고용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체가 그동안 2만여명의 학생에게 극기훈련을 시켰다고 하니 소름이 돋는다.

병영체험이나 국토순례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무자격자를 고용해 소규모로 운영하는 영세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해병대 캠프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사설 업체가 30곳이 넘는다. 학부모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소중한 자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캠프에 보낸다. 학생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현행법상 캠프의 성격을 규정할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규 미비 탓만 해선 백년하청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고, 이런 유형의 사고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관련 법규를 만들지 않은 것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