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官治’ 논란으로 허우적대는 KB금융
입력 2013-07-19 17:34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내정되면서 KB금융지주가 관치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지난달 초 회장으로 내정됐을 때 벌어졌던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조흥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1년부터 국민은행에서 일해 왔다. 그를 발탁한 임 회장은 유력 후보들에 대한 심층면접 과정에서 KB금융의 당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통찰력과 해결능력을 이 내정자가 가장 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열리면서 영업실적이 절반으로 떨어진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우선 임 회장이 내부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내정자가 2년간 국민은행에 몸담았다고 해서 내부 인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인사 막바지에 이 내정자가 금융위 고위 관계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결국 국민은행장으로 낙점된 점도 관치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관치 논란은 말도 안 된다”는 이 내정자의 항변에도 노조는 이 내정자에 대한 출근저지는 물론 국민은행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임 회장 퇴진까지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갈등은 지속될 것 같다.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내고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인물이 KB금융 부사장으로 선임된 것도 악재다.
KB금융은 정부가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국민은행 초대 CEO인 김정태 전 행장의 불명예 퇴진 때부터 관치 논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은 실추됐다. ‘좋은 관치’도 있다지만, 관치가 판을 치면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관치 논란으로 허덕이는 BS금융지주, 신용보증기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