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안식에 빠지다] 목회자·성도가 추천하는 여름 휴가지 6곳
입력 2013-07-19 17:30 수정 2013-07-19 17:34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쯤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더위를 피할 곳은 많지만 주 안에서 의미 있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일지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이런 고민을 덜 수 있도록 목회자와 성도들이 추천하는 ‘나만의 여름휴가지’를 소개한다.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
당진 왜목마을… 하나님 품속 같은 따뜻한 느낌
김명혁(76) 강변교회 원로목사는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의 왜목마을을 하나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휴가지로 꼽았다. 충남 서해 끄트머리에 있는 왜목마을에선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 마을은 땅의 모양이 왜가리 목처럼 튀어나온 것처럼 보여 왜목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쪽으로 불쑥 솟은 작은 반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서해대교 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할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을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마을 뒤쪽 해발 79m 높이의 석문산 정상이다. 김 목사는 “성도, 교역자들과 함께 왜목마을을 비롯해 국내 산천을 자주 찾아간 이유는 자연을 접하면 하나님 품속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19일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38번 국도로 진입, 석문방조제길을 따라가다 14번 지방도로로 들어가 용무치포구를 지나면 왜목마을에 도착한다. 김 목사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성경 말씀을 암송했다. “해와 달아 그를 찬양하며 밝은 별들아 다 그를 찬양할지어다. … 그것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함은 그가 명령하시므로 지음을 받았음이로다.”(시 148:3∼5)
자세한 내용은 왜목마을 인터넷 홈페이지(waemok.org)와 당진시 관광개발사업소(041-360-6530∼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승모 초도제일교회 목사
고성 초도해변… 안식 취하며 조용하게 기도
뜨거운 여름볕을 피해 시원하게 뻗은 동해 백사장에서 안식을 취하면서 조용한 예배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싶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남녘땅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을 찾아가볼 만하다.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 차례로 나타나는 거진항, 화진포해변, 대진항, 마차진해변, 명파해변 등은 피서객들이 자주 찾는 곳. 특히 군사보호시설이라 평소 철책이 쳐져 있고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초도해변은 깨끗한 백사장과 짙푸른 바닷물이 절경을 이룬다.
문어, 도루묵, 광어 등을 잡아 팔거나 민박집, 식당 등을 운영하는 주민 30여명이 섬기는 초도제일교회(033-681-6117) 바로 뒤편에 초도해변이 펼쳐져 있다. 초도제일교회 김승모 목사는 “우리 교회 성도들이 한 식구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속초 방면의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한계교차로에서 간성(고성)·속초 방면으로 좌회전해 46번 국도를 이용한다. 대대삼거리에서 7번 국도로 진입해 통일전망대 쪽으로 달리면 우측에 초도해변이 보인다. 초도제일교회 성도들은 “아름다운 화진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며 화진포 소나무숲에서 이어지는 응봉을 꼭 오르기를 권했다. 지난달 7일 문을 연 화진포생태박물관은 자녀와 함께 방문해 석호의 형성 과정 등을 담은 전시물을 살펴볼 수 있다.
화진포와 그 주변의 바닷가도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풍경뿐 아니라 역사 자료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1948∼50년 북한의 김일성이 여름 휴양지로 사용한 적이 있어 ‘김일성 별장’이라 불리는 ‘화진포의 성(城)’과 이승만, 이기붕 등 옛 권력자들의 별장이 개방돼 있다. 강원도 고성군 관광안내 홈페이지 및 전화(tour.goseong.org·033-680-3361∼3)를 통해 추가 정보를 알 수 있다.
박종구 크로스웨이성경연구원장
아산 온천휴양지… 산책길 걸으며 성경 말씀 묵상
크로스웨이성경연구원장 박종구(70) 목사는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 일대의 온천 휴양지를 1년에 한두 차례 찾아간다. 박 목사는 “20년 전부터 성경책과 펜, 대학노트를 들고 낡은 콘도에 머무르며 조용한 여름휴가를 보내곤 한다”며 “도고온천이 꽤 유명하지만 여느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라 자주 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도고천 주변을 “성경 말씀을 묵상하기 좋은 산책로”라고 추천했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멀리 보이는 폐철로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라고 한다. 그는 “도시에선 설교나 강의, 연구 등의 목적을 갖고 성경을 읽는 때가 많았다”며 “그러나 한적한 곳에서 이어폰으로 오디오 성경을 들으며 걸으면 그 말씀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실시간 대화에 신경쓰느라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는 시간을 놓쳤거나 가족 모두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같은 ‘나 홀로 휴가’를 추천한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도고온천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걸리는 광덕산 강당골계곡에 들러볼 만하다. 해발 699m 높이의 광덕산은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고 여름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인 장소다. 광덕산 자락에선 알이 굵고 껍질이 얇은 호두가 재배된다.
아산시 문화관광 인터넷 홈페이지 및 전화(asan.go.kr/culture·041-540-2631)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이창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고성 봉포리 해변… 신앙·애국심 되새기는 시간
우리펀드서비스 이창식(58) 대표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일대 바닷가를 추천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29일간 800㎞를 걸어 완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걸어서 답을 찾다’는 책을 출간한 이 대표가 이곳을 꼽은 이유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며 신앙과 애국심을 되새길 수 있어서다.
2년 전 국토순례 당시, 오전 5시에 일어나 봉포리 일대 동해바다를 바라보던 그는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겨울바다 위에서 밤하늘의 별같이 빛나는 수많은 어선들의 불빛과 줄 지어 질서정연하게 바닷가를 순찰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사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높은 파도와 세찬 추위에도 수고하는 어부와 군인을 보며 ‘누군가의 고생 때문에 우리가 풍요를 누릴 수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숙소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새삼 하나님의 은혜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봉포리 인근 고성 관광지로 송지호 오토캠핑장과 화진포 해양박물관, 금강산 자연사박물관, DMZ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과 국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왕곡마을 등이 있어 함께 가볼 만하다.
이의수 남성사역연구소장
인제 곰배령… 고요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남성사역연구소장 이의수(50) 목사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곰배령을 ‘나만의 휴가지’로 꼽았다. 7년 전부터 매년 두 번쯤 아내와 이곳을 찾는 이 목사는 “완만한 산책로를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이곳을 추천했다.
곰배령은 점봉산 일대에 속한 고갯마루로 봄·여름에 야생화가 만개해 ‘천상의 화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 목사는 “설피마을에서 곰배령까지 이르는 산책로는 해발 700m부터 시작해 동네 뒷산 가듯 부담 없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며 “등반길에 각종 야생화와 곤충을 볼 수 있는데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절로 묵상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고독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그는 분주한 삶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고요하게 지낼 때 지친 심신과 고갈된 영성을 충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은 매우 분주하게 산다. 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는 욕망 때문”이라며 “고립은 문제지만 고독은 쉼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나님의 음성과 내면의 소리를 듣기 원한다면 조용한 곳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설피마을에서 곰배령까지는 총 10여km로 대략 4시간이 소요된다. 곰배령이 있는 점봉산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존지역이라 탐방 예약을 해야 입산할 수 있으며 인원도 제한돼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forest.go.kr·033-463-8166)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이용객에 한해 인근 민박집이나 펜션에서도 예약할 수 있다.
오인숙 작가
삼척 맹방해변… 메마른 영성이나 감성을 치유
작가 오인숙씨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을 추천했다. 2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와 교장을 지내며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 ‘생각을 바꾸시는 하나님’ ‘천국어린이 그림동화’ 등의 작품을 쓴 오씨는 쉼이 필요할 때마다 종종 이곳을 찾는다. 해송이 어우러진 해변에서 바다를 보며 작품의 영감을 얻거나 조용히 기도하기 위해서다.
강원도 속초가 고향인 오씨는 교직생활 동안 방학 때마다 가족과 함께 이곳 해변을 찾아 작품구상에 몰두했다. 오씨는 “맹방해변은 푸른 바닷물과 고운 모래가 인상적이다. 해변에 송림이 우거져 있어 솔향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기도하면 편협한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이 때문에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하러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영성이나 감성이 메말랐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 특히 이곳을 추천했다. 그는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영혼이 피폐해진다고 느껴질 때가 적지 않다”면서 “그럴 때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만든 자연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알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방해변 인근엔 삼척·덕산·부남 해변 등 해안선을 따라 여러 해변이 이어져 있다. 여름청정해변축제 등 계절마다 다채로운 축제가 마련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나 겨울엔 비교적 한산하다. 삼척의 해변과 축제·행사, 레저·스포츠에 관한 정보는 삼척문화관광 홈페이지(tour.samcheok.go.kr·033-570-3545)에서 얻을 수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