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더 없는 행복, 블리스(Bliss)
입력 2013-07-19 17:27
죽음의 과정에서 겪는 온갖 슬픔과 고통을 모든 사람을 위해 대화의 소재로 기꺼이 내놓았던 사람이 있다. 1994년 77세의 나이에 루게릭병에 걸린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의 모리 슈워츠 교수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이듬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병상으로 찾아온 제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 그러면 죽는 법을 알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진지한 자기반성이며, 그 같은 반성은 삶에 대해 보다 겸허하고 진실한 자세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자신의 몸이나 병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 ‘항상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화가 나면 화를 내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돼라’ ‘타인의 도움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힘을 기르라’ 등 매순간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주문했다.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행복을 ‘블리스(Bliss)’라고 한다. 이는 더 없는 기쁨, 천상의 기쁨, 지복(至福), 천복(天福) 등으로 번역되는 단어다. 블리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며 죽음 이후 우리의 존재가 영원히 죽지 않고 하나님 안에 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두려움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수용한 뒤 느껴지는 평온한 마음과 감사가 바로 블리스다.
암병동 환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농도’가 가장 짙다고 한다. 죽음을 예견하고 살기 때문에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 혹여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진심으로 미소짓고 마음을 다해 대화한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란 무엇일까. 그것은 이 땅을 떠날 때 사람들과 감정적인 화해를 하고 관계를 회복한 후 ‘say goodbye’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3일 후 당신이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을 때 하고 싶은 대답. 지금 그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죽음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서 행복의 질이 달라진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