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식욕, 그 명(明)과 암(暗)
입력 2013-07-19 17:28
인간에게는 세 가지 본능에 가까운 욕심이 있다고 한다. 그중 첫 번째가 식욕이고 그 다음이 성욕이며 마지막이 권력욕이라고 한다.
성욕은 끝없이 이어져야 하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결코 선택적 사항일 수 없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같은 맥락에서 식욕도 마찬가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삶을 돌아보아도 성욕의 경우 출산이 가장 중요한 때인 결혼을 전후한 몇 년이 절정이고 그 이전과 이후는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왕성하게 작동되지 않음을 고려해 볼 때 식욕보다는 그 본능 면에서 후순위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창세기 2:7에 나오는 ‘생기’가 바로 먹는 일과 숨 쉬는 일을 총괄하고 있음을 알려 주듯이 식욕은 생명유지의 제일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즉, 어린아이나 노인이나 한 순간이라도 생명유지를 위해 먹는 일을 멈출 수 없다. 갓 태어난 아이가 우는 가장 흔한 이유가 배고픔이라는 소아과 의사의 지적을 거론할 것도 없이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을 통해서 잘 안다. 갓난아이의 울음의 치료책은 엄마의 젖을 물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결국 조물주는 생명체로 하여금 생명유지를 위해 본능적으로 무언가 먹을 것을 찾게 만들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전에 체내에서 무언가 신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배고픔이다. 해부학적으로 배고픔의 감각은 내장감각에 속한다(성욕도 내장감각에 속함, 반면 통증이나 온도감각, 또는 접촉감 등은 체성감각이라 함). 이 배고픔의 감각을 지휘하는 상위 신경계는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흡식중추’가 바로 그것이다. 흡식중추에 존재하는 센서에 배고픔의 자극이 전달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배고픔의 자극을 유발하는 인자로 제일 중요한 섭식중추의 자극은 위장의 상태로 위장이 비워질 때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음식이 위장에 들어가면 2∼3시간을 머무르면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변화되는데 그 변화 후에 서서히 소장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순서로 이동되는데 이 이동이 완료되어 위장이 비워질 때 배고픔의 감각이 유발된다. 배고프다, 허기진다 등의 말이 바로 거기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또 하나의 배고픔 유발인자는 혈당이다. 우리 몸에서는 항상 혈당이 정확하게 측정되어 시상하부로 보고되고 있다. 적정한 혈당이 유지될 때에는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정상혈당 범위라 하더라도 어느 범위 이하로 떨어질 때 섭식중추가 자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배고픔을 유발하기 위해 흡식중추에 보고되는 혈당 정보는 정상보다 낮은 혈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낮은 혈당이 센서를 자극하여 배고픔의 감각 유발로 이어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위장이 음식으로 차 있거나 높은 혈당은 반대로 섭식중추를 억제하고 또 같은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다른 중추인 포만중추를 자극하여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게 한다. 아무리 맛난 음식이 있다 해도 포만중추가 자극되면 식욕이 사라진다. 이렇듯 조물주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일과 관련되어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정교한 기전을 인간에게 잘 장착해 놓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과식에 의한 치명적 질병 유발로 인생의 후반을 불행하게 보내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인간만이 과식할 수 있다는 지적만 보아도 현대인이 얼마나 음식에 대한 탐욕으로 자신을 해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먹고사는 일을 신경쓸 필요 없을 정도로 잘살게 된 요즘이야말로 오히려 조물주의 창조 질서를 되새기며 그 질서 가운데 머무는 일의 중요함을 새삼 느껴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