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도 안입히고 어떻게…” 오열

입력 2013-07-19 02:28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5명 실종 사고는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인근 해역은 물살이 매우 빨라 사고 위험이 큰 곳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서비스업을 하는 윤모(54)씨는 18일 “천수만에서 빠져나온 물이 급류를 이뤄 바다에 앉은 새의 다리가 부러질 정도라는 말까지 있을 만큼 물살이 빠른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수차례 캠프에 찾아가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훈련 자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들은 캠프 측이 사고 예방에 소홀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안전요원이 1명뿐이었고 비상 구조선도 모터가 달린 고무보트 1척만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바다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예정된 훈련이 다 끝난 상태였지만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도록 한 것은 캠프의 안전관리가 엉망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한편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부모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수색에서도 아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된 이병학(18)군의 아버지는 “병학이가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갔다는 얘기를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병학이는 막내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이였다.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열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캠프 측이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라도 입혔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캠프 측에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교관 지시에 따라 목까지 오는 높이의 바닷물에 아이들이 내려섰고,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면서 놀란 아이들로 아수라장이 됐다”는 학생들의 말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캠프는 태안의 한 유스호스텔이 운영하는 민간 청소년 수련시설이다. 이름만 해병대 캠프일 뿐 실제로는 해병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캠프는 교관의 지도 아래 2박3일 일정으로 기초체력 훈련, 해상 래프팅, 해변 체험 등 극기훈련을 실시해 왔다.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해병대 이름을 단 캠프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해병대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홍성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