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원 연봉 반납·삭감… 장기 불황에 수익성 악화 지속

입력 2013-07-18 22:38

장기 불황에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금융사 임원들이 연봉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금융사 임원들이 급여를 깎거나 반납하는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이 급여의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등기임원인 최흥식 사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전 그룹사 임원들의 동의절차를 거쳐 급여의 일부를 반납 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임원들의 연봉 다이어트 바람은 다른 금융사로 확산되고 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아예 임원진 급여 자체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새로 자리에 오른 임영록 회장의 연봉을 이전보다 다소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KB금융 평가보상위원회가 이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임 회장의 연봉이 내려가면 부사장 등 나머지 임원들의 연봉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도 임원 급여 삭감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일시적으로 연봉을 반납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급여체계를 고쳐 임원진 연봉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신 성과가 올라가면 기존 연봉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은행 본점 임원의 업무추진비를 20% 삭감했다.

금융사들이 임원 연봉에 손을 댄 표면적 이유는 순이익 급감이다. 하지만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가자 꼬리를 내린 측면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금융그룹 회장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실제로 KB금융과 신한금융그룹의 회장 급여는 성과급을 합쳐 30억원 안팎에 이르며, 하나금융 회장은 20억원에 가깝고 우리금융 회장도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