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포획 4년… 마침내 자유를 얻은 ‘제돌이’
입력 2013-07-18 21:04
[쿠키 사회] ‘제돌이’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18일 제주시 김녕 앞바다도 잔잔한 물결로 출렁였다. 오후 4시 13분. 드디어 ‘제돌이’와 바다를 가로막던 원형 해상가두리의 수중그물이 걷혀졌다. 불법 포획된 지 무려 4년 만에 자유를 찾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제돌이’와 ‘춘삼이’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까지 정성껏 돌봐준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하듯 10여분 간 가두리 안에서 천천히 유영했다. 방류팀은 수중그물의 반대쪽까지 개방했다. 4시30분이 되자 돌고래들은 한 마리 씩 차례로 자신이 살던 제주의 야생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방류위원회 최재천 위원장은 이날 가두리에서 “제돌이와 춘삼이가 야생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방류를 선언했다.
이날 방류행사는 서울시와 제주도, 해양수산부, 제돌이시민위원회 관계자와 지역주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김녕 해안도로변에서 진행됐다. 비운의 남방큰돌고래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방류된다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취재진과 학계 관계자들도 현장을 지켰다.
김녕리 해안에는 이날 높이 2.15m, 가로 1.05m, 폭 0.8m 크기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제돌이 방류 기념 표지석도 세워졌다. 표지석에는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표지석 기단에는 ‘서울대공원에서 공연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시민의 뜻으로 이곳에서 방류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제주대 김병엽 교수 등 방류팀은 이날 김녕항에서 어선 5척에 나눠 타고 10여분 정도 항해 끝에 가두리에 도착했다. 방류팀의 건강검진 결과 돌고래 2마리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 방류팀은 돌고래들을 방류하기 전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생선을 던져주며 이별의 선물을 대신했다.
돌고래들이 바다로 빠져나가자 방류팀은 즉각 위치 파악에 나섰다. 돌고래의 지느러미에는 1번과 2번 표식이 새겨졌다. 방류팀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4㎞정도 떨어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앞 다려도 인근 해상에서 제돌이가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나긴 방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