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드림의교회 ‘솔로청년 반찬나눔’ 사역 훈훈

입력 2013-07-18 18:36


장맛비가 이어지던 지난 7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 입구 카페에는 반찬 바구니 30여개가 놓여 있었다. 오후 5시, 청년부 예배가 끝나자 카페에 들어선 청년들이 정성스럽게 포장된 반찬 바구니를 들고 교회를 나섰다.

청년들의 손에 들린 반찬 바구니들은 드림의교회(이상화 목사)가 2년 전부터 홀로 ‘서울살이’를 하는 교회 청년들을 위해 매월 첫 주에 제공하는 마음의 선물이다. 이날 반찬 바구니에는 2∼3종의 젓갈류와 무말랭이, 오징어포 등이 담겨 있었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음식물이 담겼다. 하루 한 끼 정도 먹으면 2∼3주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드림의교회는 젊은 교회다. 250여명의 교인 가운데 6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다. 2011년 1월 개척 당시 이 목사는 지방의 동료·선배 목회자들에게 ‘상경하는 청년들이 연고가 없으면 자신의 교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출석하게 된 청년들의 서울살이를 들여다보니 먹는 게 너무 부실했다. 이 목사는 “‘화려한 싱글’ 생활을 누릴 것 같은 청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며 “아침은 ‘굶식’, 점심은 ‘외식’, 저녁은 ‘인스턴트식’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안쓰러운 마음에 개척 6개월 만에 ‘솔로청년 반찬나눔’ 사역을 시작했다. 교회의 장년 여성도들에게 ‘집에서 반찬을 만들 때 조금씩만 더 만들어 한 달에 한 번만 교회에서 나눠 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도들은 자식 같은 청년들을 위해 흔쾌히 팔을 걷어붙였다. 첫해에는 7∼8명의 청년들이 반찬 바구니를 받아갔지만 지금은 숫자가 훨씬 더 늘어 매월 30∼40명이 교회로부터 ‘육의 양식’을 선물받는다.

이은선(22·여)씨는 “밥을 먹고 싶어도 반찬이 없어 빵이나 시리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고향에 계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며 “교회 집사님들 덕분에 요즘은 서울에서도 ‘엄마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직장생활 7년차인 손지희(31·여)씨도 “반찬나눔 덕에 매월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누리게 됐다”며 “저도 어디에서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반찬나눔 사역에 처음부터 동참한 유미녀(43·여) 집사는 반찬을 받아가는 청년들에게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면서 “대신 이 사랑을 잘 기억했다가 때가 주어지면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청년의 때에 배려와 사랑을 경험케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가도록 했으면 하는 게 드림의교회 성도들의 소망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