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어처구니없다
입력 2013-07-18 18:26
정치권과 기록원, 관련인사들은 원본 찾기 위해 노력해야
참으로 해괴한 일이 또 터졌다.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15일과 17일 경기도 성남시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NLL, 남북정상회담 등 7개 검색어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급기야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녹음 기록물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문재인 의원 등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막상 국가기록원 측은 없다고 하니 어찌된 영문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최고 권력자와 만난 역사(歷史)를 이처럼 허술하게 다뤄도 되는 것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화록이 없다는 국가기록원 발표로 누군가가 고의로 원본을 누락시키거나 파기했을 가능성에 다소 힘이 실리고 있다.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나도는 것이지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문서를 국가기록원으로 넘기면서 대화록이 누락됐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정부 때 대화록이 폐기됐을 가능성이다. 대통령의 중대한 활동을 기록한 문서를 의도적으로 빼돌리거나 훼손했다면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나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누가 왜 언제 그랬는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사람이 있다면 엄벌해야 할 것이다.
원본의 행방이 묘연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을,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실여부는 뒷전이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여야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국정조사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지난 정부의 책임인가 아니면 지지난 정부의 책임인가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될 소지가 크다. 이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노무현정부의 잘못이라거나 이명박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혹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오는 22일 국가기록원을 재방문해 추가 열람키로 한 것처럼 원본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국가기록원도 마찬가지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밀문서일 경우 보안상 문서 제목에 내용과 아무 관계없는 ‘별칭’을 붙여 보관하는 게 관행이어서 검색이 어려울 수 있고, 노무현정부가 국가기록원에 통째로 넘겼다는 ‘이지원(e-知園·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문서 시스템이 국가기록원과 달라 자료가 유실되거나 검색이 안 될 수도 있으며, 노무현정부가 수백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한꺼번에 이관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국가기록원은 노무현정부 당시의 관련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의 협조를 구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관련 인사들도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