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센인을 야만적으로 대해온 세월 50년
입력 2013-07-18 18:24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 국가가 한센병 환자들에게 저지른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들이 18일 공개됐다.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년부터 실시한 진상조사 결과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한센인들을 돌보고 치료하기는커녕 감금·폭행하고,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낙태와 총살도 서슴지 않았다. 국가에 의해 이 같은 피해를 입은 한센인이 무려 6462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그 가운데 1754명은 사망했다.
위원회는 이미 법에 의해 한센인 피해사건으로 규정된 ‘한센인 격리폭행사건’ ‘84인 학살사건’ ‘오마도 간척사업사건’ 등 3건 외에 14건을 정부가 개입한 한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추가 확정했다.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을 상대로 병원균을 채취하다 대규모 소요사태를 유발한 ‘흉골골수천자사건’, 한센인들이 실종 어린이를 해쳤다고 의심해 경찰이 한센인 3명을 공동묘지에서 총살하고 다른 한센인들을 폭행한 ‘안동어린이 실종사건’ 등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회의 무지와 편견으로 억울한 피해를 본 한센인에 대한 보상과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센인 격리에 대해 사과하고 800만∼1400만엔씩 보상했다. 대만도 2008년 정부 차원의 반성과 사과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 2009년에야 한승수 당시 총리가 소록도를 찾아 정부를 대표해 한센인들에게 사과했다.
한센인들은 사람들의 무지로 이유 없이 차별을 받았다. 한센병 환자 격리수용 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해야 했고, 가족들조차 마음대로 만나지 못했다. 한센병은 유전질환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는 불치병도 아니다. 한센병은 결핵과 마찬가지로 법정 3군 감염병이다. 오히려 전염성은 결핵에 비해 100배 약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센인들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국민 의식수준 향상과 정부 및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한센인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적잖은 한센인이 아직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며 정착촌에 모여 산다. 이들을 보통사람으로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부도 국민들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012년 현재 한센인은 1만2000명에 이른다. 신규 환자는 2009년 이후 매년 10명 미만 발생하고 있다. 한센인 정책 방향도 그동안의 질병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복지를 증진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