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원본 실종] 안줬나 없앴나 못찾나… 대화록 없을 가능성 농후

입력 2013-07-19 04:58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측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실제로 대화록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기술적 문제 때문에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아울러 ‘정치적 이유’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찾아내려는 의지가 부족한 측면도 있다.

기록원 측은 대화록을 꽤 오랫동안 찾았음에도 18일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검색 전문가들이 며칠째 매달렸음에도 못 찾은 것은 실제로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정상회담 관련 다른 자료들은 찾았는데 유독 회담 대화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 역시 실제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을 뒷받침해준다.

노무현정부가 자료를 넘겨주지 않은 것인지, 이명박정부 때 누군가 자료에 손을 댔던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 오류로 예기치 않게 삭제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여야는 물론 두 전직정부 출신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고의적으로 넘겨주지 않았거나 파기했을 경우 범죄행위에 해당돼 검찰 수사와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사초(史草)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일찌감치 대화록 부재(不在) 사실을 알았을 것이란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열람 과정에서 새누리당 열람위원들은 자료가 없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기세등등 설쳐댄 배후에 이런 음모(원본 부재)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미리 알고 있었을 경우도 ‘불법 열람’에 해당돼 파문이 일 수 있다.

자료를 아직 못 찾았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통령기록관 측이 참여정부 당시의 자료를 통째로 받아 지금껏 보관만 하고 있었을 뿐 뭐가 담겼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정치권이 제시한 검색어만으로는 회담 자료를 전부 다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기밀자료는 쉽게 찾아지지 않도록 엉뚱하게 분류해놓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찾을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여당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추후에 계속 활용할 목적’으로 지금 당장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일단락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야당은 NLL 논란을 ‘뚜껑이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로 남겨두면 다음 선거에도 안보 시비에 휘말릴 게 뻔하다. 가능성은 적지만 여야와 기록관 측이 “지금 열어선 안 된다”는 일종의 ‘역사적 소명의식’ 때문에 3자 모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