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끌어온 키코 소송… 대법원 공개변론 열띤 공방

입력 2013-07-18 18:0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이른바 ‘키코(KIKO·Knock In Knock Out)사태’가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만 남겨두게 됐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키코 소송 양측 대리인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법정공방을 벌였다.

키코는 환율이 떨어지면서 손해를 보는 수출기업들의 피해 방지 명목으로 만든 파생금융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은 미리 정한 환율의 상한과 하한 범위 내에서 환율이 낮아질수록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 그러나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거꾸로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중소기업들을 대리하는 김용직 변호사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은행이 고객을 보호하기는커녕 독점적 정보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고객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키코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 은행들이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가입 당시 낮았던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전문가인 중소기업들은 이를 모르고 가입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정보 비대칭’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은행 측 대리를 맡은 백창훈 변호사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백 변호사는 “계약 체결 당시 중소기업들은 수많은 은행을 두고 ‘쇼핑’을 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은행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어떤 은행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기업들이 이제 와서 ‘위험성을 몰랐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키코는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고 오르면 이득을 보게 되는 수출기업들의 위험을 분산하는 상품”이라며 “환율이 오르며 발생한 이익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실제 손실은 발생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5년간 끌어온 소송전은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게 됐다. 현재 각급법원에는 270여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 관련 손실액은 3조35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단이 다른 관련 소송에 대한 일종의 기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변론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KTV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공개변론이 생중계된 것은 지난 3월 열린 ‘베트남 엄마의 아이탈취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