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문자만 남기고… 수몰된 ‘코리안 드림’
입력 2013-07-19 05:00
“어떻게 부모님 뵈려고 얼굴이 그렇게 됐어….”
18일 오전 서울 구로동 고대구로병원 영안실에서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조호용(61)씨의 시신을 확인하던 동생은 끝내 목 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얼굴에 타박상을 입었다”는 말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형은 알아보기 힘들 만큼 피범벅이 돼 있었다. 동생은 “당신들도 시신을 봐야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시공사 직원을 영안실 앞까지 끌고 갔다가 어렵사리 마음을 추스르고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쳤다. 장례식장 1층 로비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유족은 훼손된 시신을 보고 시공사와 관리책임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남편을 잃은 한 유족은 대기실에서 쓰러졌고 다른 유족은 사고 충격에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자리를 떴다.
중국 동포 박웅길(55)씨를 조문하러 온 김모씨의 사연은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을 다시 한 번 울렸다. 김씨는 지난주 박씨에게서 ‘보고 싶어, 동생. 만남의 그날을 기대할게’란 문자를 받았다. 그는 “박씨와는 4년 전 공사장에서 알게 된 뒤 형제처럼 지냈는데 내성적인 사람이라 이런 문자를 보낸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문자를 받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김씨는 TV를 보다가 노량진 수몰사고 소식을 들었고 실종자 명단에서 박씨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뜻밖의 문자에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 이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며 “(보상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서울시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족 대표들의 손을 잡고 “철저히 원인을 조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관행이나 제도 개선에도 추호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오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고는 뼈아픈 과오”라며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고 뒷북이라도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노량진 수몰사고 조사를 위해 경찰 20여명을 투입, 사고조사 전담팀을 꾸렸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