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2078억 탈세·횡령… 해외 비자금 2600억 굴려
입력 2013-07-18 18:01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해외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운용·관리하면서 불법 ‘세(稅)테크’를 벌였다. 그가 굴린 국내외 비자금은 총 6200억원에 달했다. 그는 비자금 전담팀을 통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생활비나 고급 외제 차량, 미술품, 와인 구입비 등으로 사용했다.
◇‘검은머리 외국인’ 가장 비자금 증식=18일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과 회사에서 빼돌린 자금을 종자돈으로 2000년부터 본격적인 비자금 굴리기에 나섰다. 그는 임직원 10명 규모의 비자금 전담팀(재무2팀)을 회장실 직속 부서로 편성했다. 홍콩, 미국에도 비자금 운용 전담 직원을 뒀다.
이 회장이 고안한 비자금 증식 방법은 ‘검은 머리 외국인’을 가장한 자사주 매매였다.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매할 때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로이스톤, 프라임 퍼포먼스, 탑리지, 타이거 갤럭시 등 19개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이 중 7곳을 통해 홍콩, 싱가포르에 소재한 UBS 등 외국금융기관에 금융계좌를 개설했다. 나머지 유령법인 계좌는 주로 ‘비자금 소비용’으로 썼다고 한다.
이 회장은 2005∼2010년 CJ㈜ 주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1261억원가량의 양도소득에 대해 233억2979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2011년 CJ인터내셔널 아시아 지분을 인수한 뒤 1000만 달러의 배당소득을 얻고도 소득세 40억6401만원을 내지 않았다.
◇회삿돈 빼돌려 차명계좌로 주식거래=이 회장은 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삿돈도 가로챘다. 그는 1998∼2005년 복리후생비나 회의비, 교제비, 조사연구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CJ㈜ 법인자금 603억8131만원을 빼돌렸다. 2003∼2005년에도 법인자금 124억8000만원을 유용했다. 홍콩,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근무하지 않은 사람의 급여 지급 명목으로 115억137만원도 횡령했다.
이 회장은 빼돌린 돈으로 CJ그룹 임직원 459명 명의로 차명계좌 636개를 굴리며 CJ㈜ 주식을 사고팔아 1182억원의 이익을 취하고 238억443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법인세 33억1760만원도 누락했다.
이 회장은 일본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팬 재팬’ 회사를 차명 운영하며 빌딩 2채를 구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CJ 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244억4163만원을 횡령하고 569억2000만원을 배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통해 해외 미술품을 구입한 뒤 비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 검찰이 파악한 이 회장 실명 재산은 2조820억원이다.
검찰은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을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이날 추가 기소했다. 현 재무담당 부사장인 성모씨, 전 CJ㈜ 대표 하모씨, 전 CJ일본법인장 배모씨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잠적한 중국총괄 부사장 김모씨는 기소 중지했다. 홍 대표 관련 자료는 탈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로 넘겼다. 2008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단서가 없었다”며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CJ그룹 계열사 주가조작 및 재산 국외 도피 혐의 등에 대해서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