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좌향좌 우향우
입력 2013-07-18 18:24
20대의 나는 꽤 열혈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나라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곳곳에서 설전이 벌어질 때마다 곤란한 질문을 받곤 한다. 너는 누구 편이냐, 저쪽이지? 혹은 너는 우리 편이지? 하는 질문들. 선거 때가 되면 좀 더 노골적인 질문들이 날아든다. “당연히 그분을 찍으셨죠?”하는 질문 아닌 질문. 원하는 답을 돌려줄 수 없어 미안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당연히 표를 드려야 할 그분’이 없다. 그러니 ‘당연한 그 존재’에 대해 물어볼 수밖에. 대체 그분이 누구요? 마뜩지 않은 이 되물음에 나의 정치적 정체성을 수상히 여긴 일부 문제적 동창들은 일찌감치 나를 변절자쯤으로 정리해버렸지만, 그렇다 한들 어쩌겠는가. 내게는 그런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런데 이런 식의 좌향좌, 우향우의 정치적 외골수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것 같다. 친구의 부모님은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오랜 지인에게 절교를 당하셨고 상종 못할 인사로 낙인찍혀 모임에서 따돌림까지 당하셨다고 한다. 동네아이들 싸움에서 편 가르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가 찰 노릇이다.
사이버 상에서의 정치적 좌우 갈등도 이미 선을 넘어선 듯하다. 밑도 끝도 없는 비방과 비아냥거림, 저주에 가까운 욕설까지. 정돈된 생각과 의견이 오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고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쟁만이 어지럽게 이어진다. 급기야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사람을 찔러 죽이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으니 걱정을 넘어 두려울 정도다. 그저 정신이 병든 한 사람의 범죄행위로 치부하고 끝낼 일이 아닌 듯하다.
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학교에서, 직장에서, SNS에서, 인터넷 댓글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성이 마비된 채 시퍼렇게 날 선 칼로 서로를 베어대며 폭주하고 있다.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이념 논쟁으로 이 나라 민심이 얼마나 서로를 혐오하며 갈등하고 반목하고 있는가. 보수든 진보든, 좌파든 우파든 우리 모두 차분히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합리적 이성이 없는 사상은 죽은 생각이다. 죽은 생각으로는 사람도, 사회도 변화시킬 수 없다. 모두를 병들게 할 뿐이다. 비합리적인 적대감을 버리고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품을 수 있어야 사람도 사회도 건강하게 자란다. 다르니까 사람이 아닌가.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