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박진석] 생태환경을 사랑합시다

입력 2013-07-18 18:23


철의 도시 포항에서 외곽으로 30∼40분 거리에 속이 꽉 찬 기청산 식물원이 있다. 이삼우(李森友) 원장이 자신의 고향인 청하면에 고집스레 한국 토종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한 제법 오래된 식물원이다. 몇 년 전부터 틈틈이 그 수목원을 방문해 이 원장과 교제하면서 식물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뒤늦은 각성과 깨달음을 얻고 있다. 특별히 성도들을 돌보는 목회 사역이 자연 생태계를 가꾸며 돌보는 일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동안 목회자로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많이 강조해 왔지만 또 다른 이웃, 더 넓은 의미의 이웃인 자연에 대하여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백두대간 단절은 성장의 그늘

지난 3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벌재라는 마을에서 백두대간 마루금 복원사업의 준공식이 있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제일의 산줄기이자 민족정기의 상징이다. 마루금은 산의 능선과 능선을 잇는 일종의 산의 연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 개발을 위해 도로를 닦는 과정에서 산의 능선과 능선을 잇는 백두대간의 지맥들이 끊어지고 단절되었다.

이번 벌재의 마루금 복원사업에만 1년 3개월의 기간에 공사비 39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고작 산 능선을 잇는 생태축선 복구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야 하나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각종 식물들의 생명적 상호 소통과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이동 통로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사업들은 일종의 미래를 위한 환경생태 고속도로(eco-highway)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한국 환경생태학회가 국내의 생태축 훼손 실태를 조사해보니 백두대간에만 약 63군데의 마루금이 각종 개발로 인해 단절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산림청의 주도로 2030년까지 모든 훼손된 마루금들을 복원하여 백두대간의 생태축선을 회복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대 한국 사회의 모토는 ‘잘 살아보자’였다. 모든 것이 오직 경제 개발과 성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외의 주제와 분야들은 소외되거나 등한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근대 한국 사회와 궤적을 같이해 온 한국 교회의 경우도 오랜 기간 교회 성장과 발전에 모든 관심과 초점이 머무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한국 사회는 새로운 성숙기로 들어서게 되었고, 선교 2세기에 접어든 한국 교회도 단순한 교회 성장을 넘어서서 시대 앞에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성숙을 위한 하나의 실천 방안으로 자연,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교회적 책임에 새롭게 눈 뜰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세기 1장 28절) 전통적으로 이 말씀은 자연 세계를 정복하고 다스리는 기독교적인 자연관의 근거가 되어 왔다.

인간은 자연 관리하는 청지기

인간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게 만드신 온전한 질서와 조화의 창조세계, 그 생태적 자연을 하나님의 뜻대로 잘 관리하는 청지기로서의 왕 같은 제사장의 위치인 것이다. 탐욕스러운 욕심을 따라 우주적 생태계 위에 유아독존적으로 군림하는 정복자, 독재자가 아닌 것이다.

겸허히 모든 만물이 인간의 죄로 인해 병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자연계에 하나님의 온전한 뜻이 이루어지도록 섬기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계속 이어질 산림청의 백두대간 마루금 복원 사업에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진석 (기쁨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