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프랭크, 집안에서 인정받는 건축가가 됐습니다

입력 2013-07-18 17:29


꿈꾸는 꼬마 건축가/글·그림 프랭크 비바/주니어RHK

꼬마 프랭크는 할아버지와 점박이 개 에디와 함께 높은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산답니다. 프랭크의 취미는 건축이랍니다. 어느 날엔 다 써버린 두루마리 화장지의 둥근 심을 여러 개 쌓아 의자를 만들었답니다. 그걸 본 할아버지가 말했지요. “흠, 건축가는 의자를 만들지 않는단다. 게다가 이 의자는 앉지도 못하잖니?” 그러자 프랭크는 책을 쌓아서 아주 높은 건물을 만들었지요.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한마디 거듭니다. “얘야, 건물은 반듯해야지. 비뚤어지거나 구불거리면 안 돼.”

그 말을 들은 프랭크는 커다란 종이를 꺼내 도시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할아버지가 끼어듭니다. “도시는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지지.”프랭크는 짜증이 납니다. “할아버지, 저 이제 건축가 안 할래요.”

그런 프랭크를 달래기 위해 할아버지는 프랭크를 데리고 미술관에 갑니다. 그런데 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가운데는 삐뚤삐뚤한 고층건물의 모형도 있었고 구불구불한 의자도 있었지요. 할아버지는 진땀이 나는지 잠자코 안경알만 닦았지요. 게다가 프랭크가 종이에 그린 것처럼 거대한 도시의 모형도 있는 거예요. 프랭크는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건축가들의 이름이 다 프랭크예요?” 난처해진 할아버지는 대답합니다. “건축가들이 의자도 만들고 도시도 만들고 비틀린 모양의 건물도 만드는구나. 할아버지가 잘 몰랐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프랭크의 어깨가 조금 올라간 것은 물론이겠지요. 프랭크는 이제 집안에서 인정받는 어엿한 건축가가 돼 온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쌓아봅니다. 한 뼘 더 자란다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저명한 화가 프랭크 비바에게 의뢰해서 제작한 그림책이랍니다. 장미란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