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제천영육아원 “폐쇄 강행”

입력 2013-07-17 20:54

아동학대 논란을 빚은 충북 제천시 제천영육아원이 자진 폐쇄를 강행할 방침이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이 폐쇄될 경우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받고 버림받은 62명의 원아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영육아원 박민옥 원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복지법인 화이트아동복지회 이사회의 자진 폐쇄 결정에는 변함이 없고 절차에 따라 시설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영육아원의 아동학대 혐의를 발표한 후 박 원장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이날 청문을 열고 영육아원의 의견을 청취했다. 청문은 행정기관이 어떠한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 등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다.

영육아원은 A4용지 27쪽 분량의 의견서를 시에 제출하면서 ‘시설장 교체’ 행정처분 명령에 대해 선처를 요청했다. ‘벽안의 어머니’로 불렸던 이 시설의 설립자인 제인 화이트(아동복지회 이사장)도 청문에서 만감이 교차한 듯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육아원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영육아원은 “훈육 차원의 지도는 있었지만 인권위의 발표처럼 원생들을 학대하거나 강제 감금한 사실은 없다”며 “가혹 행위 논란이 됐던 사안도 7~8년 전 일부교사가 벌였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행정처분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시설장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이달에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행정처분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처분이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제천경찰서는 5월 청주지검 제천지청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시로부터 보육 일지와 양호일지, 보조금 집행 내용 등의 서류를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수사결과는 이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제천영육아원은 1963년 미국인 여성 선교사가 방 4칸을 빌려 만든 고아원이 모태가 된 사회복지시설이다. 지난 50년 동안 1234명의 아동을 양육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