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논의-재연기 제안 배경] 안보상황 전례없이 악화… 北核 대응에 시간 필요

입력 2013-07-17 18:42 수정 2013-07-18 01:45

정부가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의한 것은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이어 올해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도발을 지속했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략로켓군과 장거리 포병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 명령을 내리는 등 대남위협 수위를 한껏 올렸었다. 북한이 3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무기화를 빠르게 진전시킨 점도 큰 부담이 됐다.

군 고위관계자는 17일 “당시 북한의 언동이 수사적인 위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봤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했던 시점과는 안보상황이 변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핵확장억제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고 했지만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예비역 장성들을 중심으로 가장 강력한 방위체제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북한에 미국의 대(對)한반도 안보공약이 약화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컸다. 연합사 해체 시 미국이 연합사가 작전을 통제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수립한 전시증원계획을 그대로 유지할지도 의문이었다.

군 내부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른 미군의 축적된 작전경험과 첨단장비들을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처럼 원활하게 지원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미 군 당국은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 체제와 유사한 지휘구조를 구축하기로 했으나 이견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지난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한국 합참의장이 사령관이 되는 새로운 연합지휘구조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군의 준비상황도 예상보다 느리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전작권 전환 작업이 60%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고, 한·미는 당초 8월 우리 군의 초기작전능력(IOC)을 평가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초로 연기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감시·정찰 및 타격능력이 구비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올해와 내년 3차례 전작권 전환 작업 평가를 한 뒤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음에도 우리가 먼저 연기 요청을 함에 따라 부담을 지게 됐다는 비판도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는 10월 2~3일 열리는 한·미군사위원회(MCM)와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이 직접 만나는 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한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관계자도 “10월 SCM에서 전환 시기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