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쫓겨난 아이들] 절도 범죄·성매매 빠지고 학대 공포증

입력 2013-07-17 18:36

기찬이(가명·14)는 절도 및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5번 받았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두 번, 영등포서에서 한 번, 인천부평서에서 두 번이다. 기찬이는 “며칠 굶고 휴대전화 몇 대 훔쳤다”고 했다. 가영이(16)는 폭행에 연루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태성이(17)는 오토바이 절도로 입건된 적이 있다.

◇범죄로 가는 길=집 나온 아이들의 관심 1순위는 잘 곳과 음식이다. 지역별 일시, 단기, 중·장기 청소년쉼터에 가면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긴 하지만, 시설은 마지막 선택으로 여겨진다. 한 쉼터 관계자는 “특히 남자애들은 시설 입소를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집에 갈 수 없고 일도 할 수 없고 쉼터도 싫다면, 다음 선택지는 범죄다. 아이들은 오토바이와 휴대전화를 훔치고, 차량을 털고, 성(性)을 파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한다. 서울 금천청소년쉼터 이미자 소장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아르바이트가 여의치 않은 여자애들은 흔히 성매매로 빠지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출을 시작해 10년 객지생활을 한 진주(18)는 2년 전 일명 가출팸(집 나와 모여 사는 가출 청소년 집단)에 엮였다가 6개월간 감금당한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오빠로 불리던 10대 포주들은 진주를 성폭행하기도 했다. 구사일생으로 가출팸을 빠져나온 진주는 쉼터를 통해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 포주들은 감옥에 갔다.

◇다가가면 뒷걸음질치는 아이들=가출 청소년들의 신체 특징 중 하나는 몹시 상한 치아다. 잇몸 뿌리까지 망가져 임플란트조차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여자아이 가운데는 성병을 앓는 아이들도 꽤 있다. 성매매나 성폭행의 후유증이다. 제때 일어나고 밥 먹고 잠이 드는 정상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아이도 드물다. 어른의 관리와 제재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기본. 대부분의 청소년쉼터는 흡연실을 둬 교사 허락 하에 담배를 피우게 한다.

무엇보다 다른 건 낯선 타인에 대한 반응이다. 쉼터 관계자들이 다가가면 아이들은 멈칫대거나 뒷걸음질친다.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면 때리는 것으로 오해해 팔로 막는다. 친밀함의 몸짓이 학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박진규 신림청소년쉼터 실장은 “어릴 적부터 떠돌고 방임되고 폭행당한 아이들은 아예 사회성 발달이 안 돼 상호작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기 전에 사회가 조기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