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號 품격과 함게 첫 훈련… 동아시안컵 3번째 우승 다짐
입력 2013-07-17 18:47 수정 2013-07-17 18:49
17일 오전 10시 20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홍명보호’의 공격수 서동현(28·제주)이 대표선수들 중 가장 먼저 도착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서동현은 잠시 주뼛거리더니 정문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공동취재구역으로 걸어왔다. “결혼했을 때 그리고 딸 돌잔치 때 입었던 양복입니다.” 가장 아끼는 양복을 입고 온 것이다. 이어 정장 차림의 염기훈(30·경찰청), 김신욱(25·울산), 정성룡(28·수원) 등 다른 선수들도 2013 동아시안컵를 앞두고 속속 NFC에 모여들었다. 태극전사들은 “정장을 입고 정문에서부터 걸어 들어오니 마음가짐이 새롭고,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대표의 품격=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은 NFC 소집 때 청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으로 ‘패션 감각’을 뽐냈다. ‘원 팀·원 스피릿·원 골’을 기치로 내건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장 착용’을 주문했다. 또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했던 전례를 깨고 정문에서 하차해 걸어서 이동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걸으면서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라는 의도였다.
‘독도 사나이’ 박종우(24·부산)는 “정장을 차려입으니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준비 과정이 여느 때와 달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겨울 양복을 입고 온 정성룡도 마음가짐이 새롭다며 “카펫 위를 걸어오는 것 같았다. 정문에서 공동취재구역까지 몇 백 미터는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심이 더 생기고, 책임감도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올라온 이명주(23)와 고무열(23)은 넥타이를 맬 줄 몰라 전날 묵은 호텔의 직원에게 부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닻 올린 ‘홍명보호’=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호’는 20일 오후 7시 호주 대표팀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홍 감독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대표팀 개혁의 출발점이다. ‘홍명보호 1기’에 선발된 23명은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이겨 주전 자리를 꿰차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7분 가장 먼저 NFC에 도착한 홍 감독은 오후에 시작된 첫 훈련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과 기량 등을 전반적으로 체크하겠다”고 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얼굴에서 간절함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정장 차림을 요구함으로써 적절한 긴장감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최고참인 염기훈은 “1년 1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NFC에 처음 들어왔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겠다”며 “어린 선수들과의 선의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고참 선수로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조영철(24·오미야), 김민우(23·사간 도스) 등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18일 합류한다. 2003년 처음 시작된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2003년과 2008년 정상에 올랐다. ‘홍명보호’가 올해 세 번째 정상에 올라 브라질로 가는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주=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