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2LA폭동 우려” 긴장… ‘짐머만 무죄’ 후폭풍

입력 2013-07-17 18:34 수정 2013-07-18 01:39

17세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하고도 무죄를 선고받은 ‘조지 짐머만 사건’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1992년 발생한 로스앤젤레스(LA) 폭동과 같은 ‘제2의 LA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 LA를 비롯해 미국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와 집회가 예정돼 있어 경우에 따라 시위는 확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법인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05년 플로리다 주에서 처음 도입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침입자에게 총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정당방위 개념을 집 바깥에까지 적용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직접적인 신체 상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정당방위 목적이라면 비무장 개인을 상대로 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미총기협회 등 총기 이해 당사자들의 강력한 로비와 보수세력의 지지로 제정된 뒤 현재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법률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법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연례 회의에 참석한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을 두고 “무의미하게 자기방어권을 넓히고 이웃 사이에 대립의 씨앗을 뿌렸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제 의문을 제기할 때”이며 “비극을 끝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흑인여성 모임 ‘델타 시그마 세타’ 행사에 참석, 이번 사건 평결에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배심원 중 4명은 전날 CNN에 출연해 판결 뒷이야기를 밝힌 ‘B37’ 배심원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배심원 번호 B51, B76, E6, E40으로 알려진 이들은 “B37의 의견은 배심원들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10대(마틴)의 죽음은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으나 결국 법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B37 배심원은 “트레이본이 먼저 흥분해 공격했고 조지가 의심의 여지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