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과세 수술대 올린 정부… 딜레마 빠진 까닭은
입력 2013-07-18 04:33
정부가 다음 달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간이과세제도를 정비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간이과세제도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 혜택을 받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간이과세는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등 거래증빙 자료를 면제해 영세사업자의 과도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제도다.
정부는 간이과세가 탈세수단으로 변질된 점에 주목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7일 “기본적으로 간이과세 제도는 대상을 줄이는 게 맞다”며 “매출을 속여 간이과세자로 편입된 이들이 많아 정확한 세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연매출은 4800만원보다 훨씬 높지만 현금 결제를 늘리는 식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해 간이과세 혜택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일반 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만 간이과세자는 발급 의무가 없어 매출액 추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이과세자 비율도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이다. 2011년 기준 전체 사업자 536만명 가운데 간이과세 대상은 185만명(34.5%)이나 된다. 세정당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위장 간이과세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간이과세가 사실상 보조금 형태로 운영돼 정부 부담도 크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1000원당 평균 342원의 부가가치(부가가치율 34.2%)가 발생하지만 부과율은 20%를 적용한다. 실제 부가가치보다 부가세를 훨씬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은 현행 간이과세제도를 유지하되 부가율을 실제보다 낮게 적용해 조세보조금을 주는 것은 폐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세수 부족 사태는 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1∼5월 부가가치세 실적은 23조4447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2718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덜 걷혔다. 세율 인상에 부정적인 정부가 부가세를 확충하려면 결국 새고 있는 세금을 줄여야 한다. 간이과세 개편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선뜻 간이과세제도 개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 우려가 큰 탓이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한데 간이과세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간이과세를 일부 조정하는 대신 일반 과세자들이 공제받는 부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ey Word-간이과세제도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를 없애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일반과세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지만 간이과세자로 분류되면 업종별 부가가치율에 따라 0.5∼3%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연매출 2400만원 미만 사업자는 아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