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이집트 소년을 두려워하는 중국”… 이집트 정치현실 비판 동영상 중국서 큰 인기
입력 2013-07-18 03:38 수정 2013-07-18 14:24
지난 15일 시나닷컴을 비롯한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집트 출신 12세 소년 알리 아메드가 나오는 동영상이 인기 순위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16일 새벽부터 갑자기 사라져 검색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녹화된 이 동영상은 영어 자막이 덧붙여져 지난주 유튜브에 업로드됐다. 알리는 이 동영상에서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집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거침없는 말로 수백만명의 이집트인이 볼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데이비드 페이스 기자의 “왜 중국이 12세 이집트 소년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의 인터넷 검열 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신문은 중국이 중국어 자막이 입혀진 12세 꼬마의 동영상이 이번 주부터 돌아다니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리가 이집트 정치의 후진성과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의 헌법정신 위배 등을 거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한 사람이 이집트를 소유하고 헌법이 몰수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2011년 혁명의 사회적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으며 해야 할 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군부집권을 종식한 뒤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무르시 정권의 독선을 비판한 것이었다. 신문은 중국 공산당의 강령이 헌법보다도 실질적으로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알리의 지적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알리는 심지어 무르시와 같은 파시스트 신권정치 출현을 막기 위해 30년 군사정권을 시민혁명을 몰아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또 뉴스 앵커가 3000만 이집트 파운드를 받을 정도로 심해진 양극화의 현실도 개탄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현실과 이집트의 상황이 묘하게 대비되는 것이었다.
신문은 중국의 어이없는 인터넷 검열 현황도 소개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던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대해 웨이보나 시나닷컴 등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아예 ‘재스민’이라는 단어가 검색되지 않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