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수사] 그림 1점에 최고 2억원 은닉재산 세탁수단 의심
입력 2013-07-17 18:30 수정 2013-07-17 22:18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의 수백억원대 미술품 거래 내역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백점의 미술품 구입 자금과 부동산 매매 대금의 원천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과 연결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형준)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17일 경기도 파주의 시공사 지하 1층 창고와 직원용 기숙사, 연천 허브빌리지 비밀창고에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고가 그림, 도자기, 병풍, 황동·석조불상, 자수 등 미술품과 공예품 200점 이상을 확보했다. 미술품이 워낙 많아 운반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검찰 수사관들은 준비해 간 충격 방지용 포장지 ‘에어팩’이 부족해 인근 상점에서 추가로 구입했고 미술품 운반용 차량인 5t 무진동 화물차까지 동원했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예상 밖’ 수확에 추징팀을 치하했다.
검찰이 확보한 작품에는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박수근, 천경자, 이대원 화백 등 국내 유명화가의 그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미술품 가치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화백의 그림은 지난해 호당 가격이 평균 2억750만원을 기록했고, 박 화백의 1950년대 작품 빨래터는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천 화백의 그림 ‘후원’은 지난해 경매에서 4억원에 낙찰됐고, ‘꽃과 여인’도 2억7000만원에 팔렸다.
검찰은 미술품이 은닉재산 세탁수단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계에는 장남 재국씨가 오래전부터 미술품을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지난달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경기도 오산 인근에 천문학적 규모의 명화 수장고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재국씨가 대리인 격인 전모(55)씨와 한모(52)씨를 통해 90년대부터 화랑을 돌아다니며 명화 컬렉션을 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과정도 살펴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2006년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땅 46만㎡를 재용씨에게 28억원에 넘겼고 재용씨는 이 땅을 다시 팔아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이씨는 효선씨에게도 안양시 관양동 2만6000㎡ 임야를 몰래 증여했다.
검찰은 재국, 재용씨 소유의 기업 간 내부거래를 통한 재산 은닉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국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시공사, 북플러스, 리브로는 계열사 간 거래로만 매년 수십억∼수백억원 매출을 올려 내부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의혹도 제기된다.
시공사는 4월 감사보고서에서 계열사 스타일카사, 아티누스에 빌려준 7억1000만원을 전액 대손처리하기도 했다. 스타일카사는 재국씨가 부인 명의로 세운 부동산 관리 회사다. 검찰은 재국씨가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를 통해 비자금이 해외로 나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