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수사] 의심들면 사돈의 팔촌까지 뒤진다

입력 2013-07-18 03:42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진 불법재산을 찾기 위해 저인망식 자료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6년간 추징금 집행과 관련해 전혀 주목받지 않았던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 주거지 12곳을 17일 ‘급습’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법 재산 또는 ‘비자금에서 유래된 재산’임을 입증해 실제 추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사돈의 팔촌까지 뒤진다”=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이 아닌 방계 친인척으로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 것은 전 전 대통령이 ‘비밀이 보장되는’ 주변인 대부분을 재산 은닉 통로로 활용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으로서도 한꺼번에 추징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비자금 저수지’를 두기보다 친인척들 명의로 비자금을 쪼개 숨겼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주택·대지 등 일부 자산이 강제 집행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친인척과 모종의 약속 하에 소유권을 넘기는 형태로 몰래 관리해 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먼저 차명재산 관련 재산을 ‘있는 대로’ 확보한 뒤 정밀 분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많다. 돈의 ‘꼬리표’를 찾는 입증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본다”면서도 “지금부터 책임재산인지 아닌지를 입증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전 전 대통령 조사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입증 책임의 문제까지 해소됐으면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자 가족이 재산 형성에 대한 소명을 하지 못할 경우 은닉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간주해 추징금을 물리는 법안이 논의되다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추징 전담팀 관계자도 “압수수색까지는 잘 왔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세 번째 검찰 조사받나=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을 추적해 국고에 환수하는 ‘집행’ 수준을 넘어 이 과정에 불법이 동원된 사실이 발견될 경우 ‘수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은 95년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서 처음 조사를 받고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2004년엔 차남 전재용씨가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167억원의 ‘괴자금’으로 수사받을 때는 73억5500만원이 전 전 대통령 본인의 비자금으로 확인돼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아야 했다. 특히 이번에는 자신뿐 아니라 비자금 은닉·증식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세 자녀와 동생 내외 등이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검찰의 비자금 추적 결과에 따라 이들에게는 범죄수익은닉죄 및 재산 국외도피, 역외탈세, 조세포탈 혐의 등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