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 물거품… 실종자 3명 숨진채 발견
입력 2013-07-17 18:21 수정 2013-07-18 01:41
“어떻게든 나와야지.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어.”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중국동포 박명춘(48)씨 아내 이춘월(41)씨를 포함한 박씨 유가족의 울부짖는 소리에 배수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무사 생환을 기대했던 가족들은 싸늘한 박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오열했다.
17일 오전 6시 수몰사고 현장에서는 8명의 잠수부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배수지로 들어갔다. 구조작업이 시작된 지 20분쯤 지난 7시52분 박씨의 시신이 배수지 직각맨홀 맨 아랫부분과 수평터널이 만나는 곳 1~2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인양 소식에 서둘러 응급의료소로 달려간 박씨의 부인은 시신을 확인한 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취업비자가 만료되는 10월 중국 지린성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박씨의 처제 이춘옥(49·여)씨는 “이런 위험한 현장에 들여보낸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런 현장이었다면 가족을 안 보냈다. 죽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오열했다. 5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에 온 박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건설일용직 등 힘든 일을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예고됐던 인재(人災)에 귀향을 3개월 앞두고 박씨 가족의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 난 것이다.
이날 오후 9시48분쯤에는 실종자 이승철(54)씨, 박웅길(55)씨의 시신 2구도 추가로 발견됐다. 동작소방서 관계자는 “수직터널에서 수평터널 방향으로 200븖 들어간 지점에서 1~2븖 사이를 두고 이들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역시 중국 국적의 인부였다. 이씨는 5년 전 중국에 아들(26)과 아내를 두고 혼자 한국으로 왔다. 고된 공사 현장 일을 하며 돈을 번 이씨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모여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5년간의 기다림 끝에 지난해 아내가 한국에 들어왔고, 아들도 한국에서의 취업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오전 8시30분쯤 사고 현장을 두 번째로 찾았다. 유족들을 찾은 박 시장은 “서울시가 발주처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현장 근로자 2명을 포함해 총 6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사고 현장 주변에는 대피한 이원익(41)씨와 실종·사망자 7명 외에 근로자 9명이 더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 당시 상수도관 공사장 내부 또는 입구 쪽에서 작업하고 있던 근로자는 모두 17명에 이르는 셈이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