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선박’ 파문… 쿠바 “北 선적 미사일 수리 위해 보낸 것”

입력 2013-07-17 18:23

미사일 부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을 실은 북한 선박이 쿠바에서 북한으로 향하다 적발되면서 양국 간 군사협력 관계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쿠바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파나마에서 억류된 북한 선박에 실린 미사일 무기가 수리 후 쿠바로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쿠바 외교부는 쿠바를 출발해 북한으로 가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에 240t의 ‘낡은 방어 무기’가 실려 있었다면서 “이 무기들은 볼가와 페초라 등 방공 미사일 2기, 미사일 9기의 부품, 미그21Bis 전투기 2대와 이 전투기의 모터 15개 등으로 모두 195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으며 수리 후 쿠바로 되돌아올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로런스 더모디 불법무기거래 방지 연구원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에 적발된 물품이 과거 북한이 쿠바로 보낸 물품으로 유지보수를 위해 북한으로 가져가려던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가 유지 보수를 위해 북한으로 보내려던 ‘낡은 무기’라면 파나마 정부의 선박 검문 당시 선장이 자살을 기도하고 30여 명의 선원이 극렬히 저항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회사 ‘IHS 제인스’는 사진 분석을 통해 이번에 적발된 물품을 지대공 미사일에 이용되는 사격통제 레이더 시스템 부품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SA-2 지대공(SAM)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핵심 장비인 팬송사격통제레이더(SNR-75 ‘Fan Song’) 부품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SA-2 계열 미사일을 1500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바의 주장대로 낡은 부품일 가능성도 있지만 첨단 장비가 발견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가 북한 선박에 미사일을 선적한 것이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4차례에 걸쳐 제재 결의를 했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소형화기를 제외하고는 북한으로 무기 이송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기거래를 포함해 북한과 쿠바 간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6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이 김일성 주석의 초청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한 이후 양국은 군사회담 등을 통해 군사교류를 강화해 왔다.

특히 이달 초에는 김격식 인민군 총참모장 등 북한 군사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해 군사시설을 둘러보고 군사회담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청천강호가 북한 군사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한 시점에 쿠바에 정박해 있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