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환관리국 주창홍, 3913조원 주무르는 중국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3-07-17 18:35
“동방은 붉고 해는 뜬다. 중국에 주창훙(朱長虹)이 왔다네. 그는 국가외환관리국의 구세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직원들은 주창훙(사진)을 칭찬할 때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인 둥팡훙(東方紅)을 개사해 이처럼 부르기도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했다.
WSJ는 3조5000억 달러(약 3913조원)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을 주무르는 주창훙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스터리 인물’로 묘사했다. 중국 언론은 그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전직 물리학자’로 부른다. 현재 직책은 세계 최대 현금 투자기관인 SAFE의 ‘국가수석투자관(CIO)’.
올해 43세인 주창훙은 가난한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1989년 명문 중국과기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시카고대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과기대학을 마칠 때는 중국 대학생 최고 영예인 ‘궈모뤄(郭末若) 장학금’을 받았다.
그가 2010년 SAFE에 몸담은 건 2009년 말 인민은행 부행장 겸 외환관리국장이던 이강(易綱)이 직접 미국으로 가 그를 스카우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20년 만이다.
주창훙은 박사학위를 딴 뒤 전도유망한 학계를 떠나 채권 트레이너의 길을 걷는다. 중국으로 오기 전 몸담았던 미국 핌코(Pimco·태평양투자관리)에서는 미국의 채권왕 빌 그로스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주창훙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괴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중국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도 머리를 짧게 깎은 앳된 모습의 사진밖에 없다. WSJ는 그의 학생 시절 모습을 지면에 실었다.
주창훙은 SAFE에 들어간 뒤 미국 국채에 치중하던 SAFE의 보수적 관행을 벗어나 미국 회사채, 미국과 일본의 일반 증권, 유럽 채권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 엄청난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하지만 SAFE의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은 여전히 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SAFE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3200억 달러(약 1474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