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하루 6000명·물가 폭등… 시리아 엑소더스
입력 2013-07-17 18:21 수정 2013-07-17 18:26
시리아 내전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민초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난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고 있고 경제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16일(현지시간) “유엔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은 약 180만명에 달한다”면서 “올 들어 매일 평균 6000명이 내전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후 가장 빠른 난민 증가율”이라고 말했다.
후투족과 투치족 간 종족 전쟁으로 80만여명이 숨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약 200만명이 인근 국가로 대피했다. 구테레스는 특히 “한 달에 약 5000명에 이르는 높은 사망률은 시리아 내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9만3000명가량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국장은 국제사회에 시리아 난민 지원 강화를 위한 방안을 촉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해 올해 말까지 31억 달러(약 3조46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 사태는 갈수록 꼬여가면서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틴 코블러 유엔 이라크 특사는 이날 안보리에서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폭력사태는 분리된 것이 아니며 두 전장은 통합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이 같은 시아파 계열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도와 내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라크 내 수니파 단체 역시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단층선(fault line)”이라면서 “시리아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모두 이라크 내 정치 지형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년여 동안 지속된 내전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시리아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내전이 시작되기 직전 달러당 47시리아파운드였던 환율은 최근 암시장에서 달러당 300시리아파운드까지 치솟아 있다. 정부는 3년 동안 암시장에서 환전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시리아파운드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는 급등, 정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인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사는 아부 하심은 “어제만 해도 40시리아파운드였던 계란 6개가 오늘은 60시리아파운드로 올랐다”면서 “물가가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 통계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가운데 민간 기관에서는 월 인플레이션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는 서방국들의 경제제재 조치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월 4억 달러가량의 손실을 입고 있다. 게다가 시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붕괴된 지 오래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