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70∼80%에만 지급’… 空約된 기초연금

입력 2013-07-17 18:06 수정 2013-07-17 22:32

기초연금은 내년 7월부터 세금을 재원으로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 ‘최고 월 20만원’까지 ‘차등 또는 정액’ 지급될 전망이다. ‘노인 100%에게 월 20만원 지급’을 내건 대선 공약은 공식 폐기됐다. 정부는 다음달 중 최종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을 논의해온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은 17일 7개의 문안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하고 4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단일안을 만드는 대신 정부에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임무를 마감한 셈이다. 행복연금위의 논의 과정을 ‘공약 파기’라고 규정하고 반발해온 민주노총은 서명을 거부했다. 결국 합의안에 최종 서명한 것은 위원 13명 중 12명이다.

행복연금위가 발표한 내용 중 지급시기(2014년 7월) 및 명칭(기초연금), 재원(세금) 등은 이미 인수위 논의과정을 거치며 많은 국민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다. 나머지 ①지급대상(노인의 70∼80%) ②지급액(월 20만원 상한) ③차등지급 기준(소득인정액 혹은 공적연금액) 같은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포괄적인 원칙만 제시했다.

①∼③을 조합한 대표적인 안은 두 가지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상한으로 소득에 따라 돈을 깎느냐,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깎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연계’라는 가장 폭발력이 큰 뇌관은 여기에 숨어 있다. 만약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20만원-α’의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깎아나가는 방식을 택한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방안은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해나갈수록 ‘α’의 값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노인 상당수는 기초연금 수급에서 탈락하게 된다. 또 합의문은 차등지급 기준으로 ‘국민연금액’ 대신 ‘공적연금액’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불씨를 남겼다. 인수위 안과 달리 공무원·군인 등에게도 기초연금의 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소득 하위 70∼80%’에 속하기는 어려워 정부의 제도설계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공약 후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민주노총은 “약속 파기의 퇴로를 만들어주고 공약 불이행이라는 정치적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제공해주는 활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선 공약을 만든 6개월 전과 현재 경제상황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당장 세수가 부족해 1차 추경을 하지 않았나”라고 해명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