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임곤] 성숙한 집회시위문화 정착돼야
입력 2013-07-17 17:52
지난 석 달여 동안 경남도의회와 경남도청 주변에서는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집회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철회하라는 노동계의 가두행진, 단식농성, 노숙투쟁 등이 이어졌다. 70여회의 집회에 연 인원 9700여명이 참가했고 경찰도 210개 중대를 동원해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했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마찰이 빚어졌지만 다행히 큰 폭력사태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인근 밀양에서도 송전탑 건설 관련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에 나섰지만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조만간 공사재개를 앞두고 한전과 주민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내가 남보다 불이익이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처음엔 대화로서 해결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억울함을 남에게 알리고 상대방에게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시위 등 물리적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집회시위는 헌법상의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누구나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집회시위 자유는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안녕 질서와 조화되는 범위 내에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화의 물결이 우리 사회 전반에 봇물처럼 넘치는 시기의 집회시위 양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시위대는 쇠파이프, 각목,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경찰도 최루탄을 쏘아대며 진압에 나섰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불의의 사망자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화가 정착되고 국민들 의식 수준이 성숙된 지금은 집회시위 모습이 많이 변했다. 전국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집회가 쇠파이프 등 불법 시위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경찰과 큰 마찰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진주의료원 노조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사소한 마찰이 있었지만 과거와 같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방식도 바뀌었다. 다수의 기동대를 현장에 배치해 위압감을 주던 경력운용에서 탈피, 최소 경력으로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고 불법필벌 원칙으로 교통소통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집회시위 주최 단체도 불법 시가 행진으로 인한 시민들의 교통 불편과 수천대의 차량 운전자들이 아까운 연료비를 낭비하면서 쏟아내는 욕설과 푸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법질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이고 불법폭력 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집회시위 발생건수 기준으로 합법집회일 경우 드는 경제적 비용이 6조9671억원인 반면 불법일 경우에는 배에 가까운 12조319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3조751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였고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가 성숙단계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각종 개발현장에서의 집단 이기주의성 집회, 세 과시를 위한 시가행진, 반복적인 소음유발 등 후진적인 집회시위 방식에서 벗어나 이해 당사자 간 소통 강화로 갈등해소에 노력하면서 나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질서의식을 키워 나간다면 선진 집회시위문화 정착과 어려운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경찰은 주최 측과 소통과 대화로 선진 집회시위문화 정착 단계를 넘어 불법집회시위 제로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김임곤 (경무관·창원중부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