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현웅] 건보 보장성 확대 위한 재원 마련방안

입력 2013-07-17 17:55


“직장·지역 보험료 부과 소득기준으로 단일화, 소비세·부가세로 재원 다각화해야”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 실시 이후 신규 급여항목 확대, 급여일수 및 급여기준 확대,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 인하 등 꾸준히 보장성을 확대하여 왔고, 건강보험 내실화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3.0%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아직도 총 진료비의 37%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암질환의 보장률은 71.7%로 다른 질병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부분이 고액진료비여서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낮은 보장성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정부에서는 암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100% 보장성 확대, 본인부담 상한금액 인하 그리고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에 대한 보장성 확대 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추진 중에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매우 크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이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등은 건강보험 지출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재원확보 방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다가와 있다.

하지만 여러 제약들이 놓여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보험료 주요 수입원인 근로소득의 증가율이 둔화돼 보험료 인상에 한계가 있고, 국고지원도 담배 소비량 감소에 따라 건강보험 수입의 기금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직장과 지역 간 이원화되어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광범위한 불형평성으로 인한 천문학적 규모의 민원과 불만 때문에 한계에 도달해 있다.

보험료 수입의 대부분을 근로소득에 의존함에 따라 보험료율이 과도하게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근로자들의 부담 가중과 고용주들의 생산원가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직장만 있으면 월급 외에 더 많은 소득이 있어도 이에 대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지역가입자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잣대로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하는 까닭 모를 제도가 현재의 부과체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재 잘못된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기준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바꾸어 근로소득 외의 다양한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목적세나 소비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모든 가입자에게 근로소득 이외의 모든 소득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보험료 부과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반은 충분히 성숙되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소득자료 보유율은 전체 세대의 80%이며, 여기에 국세청의 자료협조를 얻으면 95%까지 확대된다. 실업자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모든 소득 자료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입자의 건강에 위해하고 진료비 지출을 증가시키는 담배, 술의 소비에 대해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OECD 등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원 확보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까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특별소비세 등 보험재원의 다각화로 보험료에 의한 재정수입이 전체의 50%가 채 되지 않으며, 벨기에는 70% 가량이다.

그동안 근로소득 외에 임대소득, 기타소득 등 다양한 소득이 있었음에도 지역가입자와는 달리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에 대해 새롭게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탈루된 세금 등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새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건강보험의 재원 확보방안은 고액진료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다. 국민과 사회에 정의로운 새 틀을 만들기 위한 절실하고도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보험료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 달성으로 ‘부의 재분배’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보험의 원리를 복원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