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차등지급 기준 신중하게 정하길
입력 2013-07-17 17:43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17일 기초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합의문을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합의 내용은 제도의 명칭을 기초연금으로 하고, 재원을 전액 조세로 한다는 것, 그리고 기초연금 대상자는 소득하위 70% 또는 80%의 노인으로 한다는 것 정도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체 노인 월 20만원 기초노령연금 지급 방안은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따지고 보면 애당초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복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우리나라의 선별적 복지체계 하에서, 또한 한정된 복지재원 수준에 비춰볼 때 선별적 복지로의 회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노인인구 급증 추세를 감안할 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의 재원을 전액 조세로 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원칙이다. 적어도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은 배제된 것이다. 기초연금의 확대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신과 기금 안정성을 악화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기초연금을 둘러싼 큰 쟁점 대부분은 해소되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는 8월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쟁점 중 하나는 지급액을 20만원 이내에서 정액으로 할 것인지 여부, 차등화할 경우 그 기준을 소득인정액과 공적연금 지급액 가운데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이다. 그간의 논의를 살펴보면 정부는 지급액의 차등화, 그리고 공적연금 지급액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는 듯하다. 지급액 차등화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건전성 및 최근의 세수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지급액을 차등 지급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큰 반발과 탈퇴러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른 쟁점은 지급 대상규모를 고정시킬 것인지 여부다. 즉 적용 대상 노인 비율(70∼80%)을 유지한 채 그에 부합하는 선정 기준을 매년 도출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노인 70%에 해당하는 소득 수준을 설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수급자를 매년 선정할 것인가라는 선택이다. 후자를 택할 경우 수급자 수가 매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늘고 평균 지급액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재정 부담을 감안하되 수혜자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됐으면 한다.
기초연금의 재원조달 방안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무상보육처럼 지방에 재원의 일부를 떠넘기거나 세수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재원에 의존할 경우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기초연금만으로 노인복지가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존의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두텁게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