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재 기감 신임 감독회장 “목회대학원 하나로 통합 반목·분열의 고리 끊겠다”
입력 2013-07-17 17:36 수정 2013-07-17 21:20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용재(64) 신임 감독회장은 교단이 오랜 파행을 겪은 끝에 지난 9일 어렵게 치러진 선거를 통해 수장으로 세워졌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부담이 클 텐데도 그는 거침이 없었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해까지 중앙연회 감독으로 있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온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16일 서울 세종대로 감리회본부에서 전 감독회장을 만나 기감 정상화를 위한 복안과 비전을 들어봤다.
만난 사람=이승한 종교국장
-감독회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25일 취임식을 갖는데 그에 앞서 취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당선된 뒤 제 마음 속에서 ‘아, 하나님께서 하셨구나’ 하는 신앙고백이 밀려왔습니다. 하나님이 특별한 때, 특별한 뜻이 있어서 저를 세우셨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목사님은 매우 신앙이 좋은 집안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신앙의 뿌리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1949년 함남 원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할아버지(고 전희균 목사)가 원산중앙교회 목사이면서 루씨여학교(미국 남감리교 루씨 선교사가 설립) 교목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하디 선교사의 부흥운동 기운이 막 일어날 때 고모님(전진 대한수도원 2대 원장)이 은혜를 받고 40년대부터 철원에서 대한수도원을 일궈내셨습니다. 어머니(지옥현 장로)도 양평에 대한수도원을 세우고 25년간 운영하시다가 2010년 소천하셨지요. 아버지는 6·25 때 이북에서 못 내려 오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주 33명 가운데 저를 포함해 12명이 목사입니다. 증손자들까지 합하면 목사만 20명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69년 철원 대한수도원에서 은혜 받고 신학 공부해서 목사가 됐습니다. 78∼86년 미국에서 공부(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하고 한인교회(세리토스연합감리교회)를 세워 이끌다가 86년 한국으로 돌아와 불꽃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이 같은 집안의 영적인 배경과 국제적인 감각, 연회 감독 경력 등이 감리교를 정상화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해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큰 시련을 겪은 감리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해야 할 텐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말씀하신 대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고소·고발하려는 분들까지 만나서 대화할 마음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김충식 목사와 김국도 목사도 만나서 교단 화합을 위해 협력하고 싶습니다. 김충식 목사도 저에게 당선축하 전화를 걸어와 협력을 약속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사 탕평책도 펼칠 것입니다. 그동안 본부 인력이 감신대 출신 위주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다른 분들도 만나서 그쪽에서 추천하는 인재를 널리 등용할 생각입니다. 감리교회를 이끌어가는 데 지도력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감리회본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본부 개혁의 청사진을 갖고 계신가요.
“줄일 부분은 줄이고 전문가로 채울 부분을 채울 생각입니다. 전문성을 담보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개혁의 골자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요.
“너무 다원화된 사회, 소위 포스트모던이라는 시대 흐름 때문에 모든 교회들이 전반적으로 전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감리교회는 그동안 집안싸움에 치중하다가 위상과 신뢰를 잃고 말았습니다. 한국 근대사에서 한국을 새롭게 한 교육·의료·복지 등 많은 것들이 감리교에서 시작됐습니다. 영광스런 역사지요. 이제 잃어버린 위상을 회복하면서 ‘지역사회를 섬기고 품는 교회’와 같은 시대에 맞는 목회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대흐름에 맞추는 것에 치중하다 보면 말씀을 증거하는 본질적인 부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영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복음의 정신, 말씀의 능력을 붙잡으면서 세상을 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한쪽만 잘하면 된다고 여긴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세상을 향해 먼저 돌아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기감 산하 신학교가 3곳(감신·목원·협성대)으로 나뉘어져 있어 경쟁력이 약화되고 학교 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3개 학교가 대학으로선 현 상태로 존립하더라도 목회대학원은 하나로 통합 운영하는 것을 정책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학연이란 분열의 원인도 끊을 수 있고 목회자 수급 조절 문제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교계에 무인가 신학교들이 난립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목회자를 질적·영적으로 양성해서 세상으로부터 지탄받지 않게 하는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교단 지도자들과 이런 문제를 의논해서 조금씩 정리해가고 싶습니다.”
-교회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청년들에게는 시대에 맞는 목회 방식도 필요하지만, 그들에게야말로 복음으로 회귀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역사와 전통에 입각한, 성경 읽고 기도하는 영성회복운동이 청년을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그리고 지금 감리교에는 교육이나 청소년, 청년목회로 평생을 지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평생 교육목회, 청년목회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할 계획입니다.”
-목사님의 목회철학을 소개해주시지요.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큰 교회도 건강한 교회가 되면 됩니다. 큰 교회가 건강하게 사역하고 선교하면 박수쳐줘야 해요.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만의 장점을 살려서 존립해야 합니다. 광주광역시에 숨쉼 교회라는 개척 교회를 가봤는데 어린이도서관으로 지역사회를 품고 자연스럽게 전도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목회를 개발하는 분들은 영성과 복음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문화목회는 문화로 흘러가면 안 되고, 문화를 아우르면서 복음의 본질을 꽉 붙잡아야 합니다.”
-파주에 있는 교단 땅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34만평에 달하지만 전부 군사보호지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현재로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땅입니다. 그래서 민감할 부분이 없습니다. 앞으로 잘 준비해서 좋은 땅으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수익금을 목회자 은급이나 선교, 미자립 교회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등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