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더 레전드’서 액션·코믹 연기 이병헌 “전설적 배우들과 호흡 처음엔 숨이 턱 막히는 느낌”
입력 2013-07-17 17:32
이틀에 걸쳐 만난 배우 이병헌(43)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다음 달 10일 배우 이민정(31)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이니 그럴 수밖에. 그의 할리우드 세 번째 출연작 ‘레드: 더 레전드’(감독 딘 패리소트)의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린 15일에 이어 1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시종일관 자신감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결혼을 앞둔 소감을 묻자 “특별할 게 없다.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 ‘레드’ 홍보도 해야 하고 차기작 ‘협녀: 칼의 기억’ 촬영 준비도 해야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브루스 윌리스 등 ‘레드’의 쟁쟁한 출연진이 저의 결혼소식을 듣고 모두 축하한다는 얘길 해줬다”고 전했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앤서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전설적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레드’는 ‘지.아이.조’ 1편과 2편에서 이병헌의 대사가 거의 없었던 데 비하면 비중이 훨씬 더 커졌다. 영화 초반에는 브루스 윌리스를 청부살인하려는 킬러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다가 후반에는 함께 힘을 합쳐 악당에 맞서 싸우며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병헌은 “처음엔 새로운 환경이라는 게 제일 힘들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고 모든 것에 어깨가 경직되고 긴장하고 그랬다”고 촬영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고 있으면 끼지 못했는데, 이젠 내가 먼저 농담을 걸 때도 있다. 아직도 할리우드 신인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서는 “그가 늘 잘 챙겨줬지만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브루스가 등장하면 현장 모든 사람들이 ‘경하드리옵니다’의 자세가 돼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도 그러면 안 되죠. 브루스가 날 무서워하는 역할이니까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스턴트들과 액션을 미리 맞춰 놓으면 브루스가 ‘이렇게 하면 어때?’ 하면서 바꿔놓으니 정말 힘들었죠.”
이병헌이 맡은 역할은 원래 중국인 캐릭터였으나 그가 캐스팅되면서 ‘한조배’라는 이름의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당초 캐스팅 후보로 중국 배우 청룽(성룡)과 리롄제(이연걸)가 거론됐다고 한다. 이병헌은 “두 분 다 대단한 배우인데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다. 아마 그냥 내가 더 (출연료가) 싸서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그는 ‘지.아이.조’에 이어 이번에도 상반신 복근을 자랑한다. “근육 단련을 위해 닭 가슴살과 생선을 매일 먹는 게 고역이었어요. 생선은 한 끼에 3마리씩 하루에 15마리를 먹기도 했지요. 발차기와 몸싸움은 정두홍 감독이 대역을 맡아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정 감독은 현지 스태프로부터 ‘진짜 액션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달고 살았어요.”
영화에서는 이병헌의 한국어 대사가 몇 차례 등장한다. 특히 한국말로 욕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그는 “어차피 한국 사람이면 어디에 살든 아주 극단적인 감정이 생기는 순간 욕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감독에게 ‘한국말로 내뱉으면 어떨까’ 했더니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좋아하기에 우리말 애드리브로 끝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들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그들의 인격을 배웠어요. 촬영용 의자에 앉아서 같이 난로를 쬐면서 수다 떠는 모습을 보면 인간성이 나오는데, 참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광해’ 시사회가 있을 때 초대는 했지만 못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홉킨스만 빼고 다 참석했어요. 인간적으로 어떻게 눈물이 나지 않겠어요?”
전도연과 호흡을 맞춰 9월 촬영에 들어가는 사극 ‘협녀’에 대해 그는 “‘광해’와는 틀과 내용이 전혀 다른 강렬한 멜로”라고 설명했다. 이에 “결혼하는데 강렬한 멜로를 찍어도 괜찮나?”라고 딴죽을 걸었더니 “강한 멜로라면 왜 꼭 육체적인 것만 생각하느냐. 폼 나는 멜로도 있다”고 답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