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철새는 떠날 줄 모르고 텃새되어 눌러사네

입력 2013-07-17 17:36 수정 2013-07-17 23:30


‘생명의 호수’로 다시 태어난 시화호

갯바람에 찰랑이는 옅은 물가에서 주걱 모양의 부리를 물속에 처박고 있다. 연신 머리를 좌우로 돌려가며 먹이는 찾고 있는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 무리. 제법 몸집은 컸지만 사냥능력이 부족한 새끼들을 거두어 먹이기 위해 뿔논병아리 어미들의 자맥질이 쉼 없다.

제방 너머 갯벌에는 천연기념물 326호 검은머리물떼새가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잡아온 갯지렁이를 얄미운 갈매기가 가로채려 하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지난 1998년 시화호에서 최초로 번식이 확인된 이후 15년 만에 다시 시화호를 찾은 세계적 멸종위기종 검은머리갈매기도 무리지어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모두 10여년 전만 해도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의 오늘 풍경이다.

호수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은 새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수질개선으로 다시 살아난 갯벌과 바다의 풍부한 먹잇감은 새끼들을 살찌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한때 환경오염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시화호가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 천연기념물 205호 노랑부리저어새,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361호)를 비롯해 한 해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찾아오고 철새가 아예 텃새로 자리 잡는 등 생명의 호수로 변신한 것이다.

호수 주변의 간석지는 고라니, 삵, 너구리, 족제비, 산토끼 등의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포유류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5, 6월에는 겨울철새로 알려진 뿔논병아리 90여 쌍이 시화호의 생태환경이 좋아지면서 번식지로 이동을 포기하고 이곳 습지에서 둥지를 틀었다.

뿔논병아리의 집단번식이 알려지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생태사진가들이 옷과 삼각대와 초망원렌즈까지 모두 얼룩무늬로 위장하고 촬영하는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둘러싸여 있는 시화호의 애초 이름은 드넓은 갯벌과 뱃길 물자 수송의 중요한 길목 노릇을 한 군자만이었다.

1987년에 시작해 1994년까지 6년 반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공한 시화호는 방조제 물막이공사 완료 후 불과 2년여 만에 심각한 오염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2001년 담수호 포기를 선언하고 바닷물을 다시 끌어들였다.

해수화(海水化) 전환과 더불어 상류지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대규모 갈대습지공원 및 자연하천을 만들고 지역주민과 시화호생명지킴이 등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환경오염행위 단속 및 정화활동 등 입체적인 시화호 살리기에 나서면서 죽음 직전의 시화호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특히 방조제 중간에 건설한 조력발전소로 인해 바닷물이 수시로 들고 나게 되면서 시화호 수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K-water 김진수 시화지역본부장은 “시화호가 그동안의 오명에서 벗어나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임을 인식하고 환경생태가 공존하는 해양거점지구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관계기관, 지역주민과 함께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안산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 시화호 일대 441ha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제적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할 계획이다.

안산=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