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29)] ‘태양·바람’의 나라가 살 길이다
입력 2013-07-17 17:11
거꾸로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생가능에너지는 다양한 에너지원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지만, 핵심은 발전이다. 2012년 우리나라 총발전량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1.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11.2%인 일본과 21%에 달하는 독일과 비교할 때 대단히 낮은 수치다. 에너지와 기후 변화의 위기에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명시하면서 2030년 보급목표율을 11%로 잡았다. 해외 에너지전환 선진국들의 수준과 비교할 때 결코 높지 않은 그 정도 목표조차도 실제 정책 활동이 거꾸로 가면서 달성이 의문시됐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전력 계획 근간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높이는 것으로 잡고 신규 원전 건설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2008년보다 20% 이상 원자력전기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미래 전력생산수단의 중심을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정책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을 원전 진흥정책보다 하위 계획에 둔 것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원전진흥정책을 강화한 이명박정부는 2012년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역사적 유효성을 인정받아온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in-Tariff)도 없앴다. 대신 발전사업자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정해주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로 바꾸었다. 그 결과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이용한 시민들의 소형 재생가능에너지원 기반 발전사업의 열기는 빠르게 식어갔다. 태양광의 경우, 여기에 세계적인 구조조정의 파고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에너지 공학자,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가, 심지어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까지 우리나라가 2030년에 총발전량의 11%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리라 자신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지금처럼 기저부하전력을 원자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원전중심 발전정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후쿠시마의 재현이라는 위험성 외에도 에너지 안보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책정돼 있다. 가정용만 겨우 원가 수준이고 산업용은 90% 선도 못 되는 헐값이다. 에너지원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보조금을 받고, 또 폐기 비용과 안전 비용을 헐값으로 계산해서 생기는 ‘반쪽짜리 경제성’을 이용해 ‘싼 전기’를 강조하는 원자력발전이 바로 그 헐값 전력의 생산 주역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기업들에게 전기요금 일부를 대신 내 주는 것과 같은 왜곡된 요금체계가 존재하고, 그런 전기를 생산하는 주력이 원자력인 것이다. 실제가치보다 크게 저평가되고 왜곡된 전력요금을 제대로 받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비용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우리는 방사능 위험 없는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비중을 극적으로 낮추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제도를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의무할당제도로 바꿀 때의 근거가 발전차액지원제도 아래에서 예상치 못한 소규모 민간 발전의 빠른 증가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민간이 햇빛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했다고 전력생산단가를 보조해 주는 걸 시장의 비효율로 여겼던 것이다. 그 결과는 여전히 1%대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시민들이 너도나도 자기 농장과 텃밭에, 정원에, 지붕과 옥상에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기 시작할 때 가능하다. 풍력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입국을 이룬 나라, 덴마크가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농장을 풍력발전소로 바꾸는 농부들을 지원했던 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세계 최대의 재생가능에너지 국가인 독일이 이미 성숙한 자국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두고도 여전히 강력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고수하는 현실을 되짚어봐야 한다.
홍혜란(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