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저런 곳에서 일하는 줄 몰랐어요” 실종자 가족 현장서 오열

입력 2013-07-16 23:33 수정 2013-07-17 01:12

사망자 조호용(60)씨 빈소가 마련된 흑석동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31)과 조씨 형제들은 오열했다. 동생(57)은 16일 “형은 가방공장을 운영하다 IMF 외환위기 때 정리하고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아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켰다”며 “어려운 형편에 사법고시 준비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묵묵히 해내면서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7년 전 동아지질에 입사한 조씨는 2년 전부터 상수도 공사 일을 시작했다. 초복이던 13일에는 큰 누나(68), 작은 누나(64)와 만나 “비가 많이 와서 한강 물이 자꾸 불어나는데, 작업할 때 위험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큰 누나는 “회사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뉴스를 통해 동생 죽음을 알았다”며 오열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에 접근해 구멍 안에 대고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기도 했다. 한 중국 국적 인부 가족은 “나도 식당에서 힘들게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랑이 저런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며 울부짖었다. 또 다른 중국 동포 실종자 박모(56)씨의 여동생도 “오빠가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 전화를 걸어봤더니 신호가 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 이명규(62)씨의 형(66)은 “동생이 60살이 넘는 나이에 월 200만원이 넘는 일을 찾다 보니 힘들어도 1년씩 계약을 연장해가며 일했다”며 “환갑이 넘어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말을 최근에 자주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임모(45)씨의 여동생은 “시장이 위로도 안 하고 그냥 갔다”며 “오빠는 26년을 일하다 작년에야 겨우 주임으로 승진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유나 정건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