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1으로 급성장하는 이 시대 우리의 갈 길 모색”
입력 2013-07-16 19:44
인터넷에 연재 장편 ‘정글만리’ 책으로 펴낸 소설가 조정래
“저는 지금도 원고지에 글을 쓰는 21세기 원시인 컴맹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에 소설 연재를 시작한 4∼5일 후 미국에서 첫 반응이 온 것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 주재원들이 중국에서 중국 이야기를 읽으니까 정말 흥미롭다는 등의 댓글을 달더군요.”
컴맹인 작가 조정래(70)와 인터넷 매체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3월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매일 네이버에 연재된 조정래 장편 ‘정글만리’의 누적 조회 수는 1287만회를 넘어섰다. 전체 페이지뷰의 34.8%가 모바일을 통한 것이었다. 스마트폰 주 이용자층인 젊은세대에게도 조정래의 작품이 먹혀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정글만리’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중국을 무대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5개국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경제전쟁을 통해 중국의 역동적 변화와 함께 경제개발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작품이다.
‘정글만리’(전3권·해냄출판사)를 책으로 묶은 작가 조정래는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2016년쯤에는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 전망이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21세기 상황에서 우리의 갈 길을 넓고 깊게 모색해보자는 것이 이번 소설의 주제”라고 소개했다.
그가 털어놓은 집필 계기는 한·중 수교 이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대하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일대를 취재하면서 ‘왜 소련은 무너졌는데 중국은 무너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언젠가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작정했지요. 돈을 벌기 위한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적 시장을 ‘정글’로 보았고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에서 ‘만리’를 따와 ‘정글만리’라는 제목을 붙인 겁니다.”
그동안 중국을 여덟 차례나 방문했지만 본격적인 집필을 위해 2년 전 한 달 일정으로 베이징 상하이 난징 시안 등 중국의 큰 도시들을 둘러봤다는 그는 중국식 시장경제에 대해 “일정한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세워진 탄탄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소련 사람들이 흑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을 때 중국의 민간인들은 집단농장으로는 안 되겠으니 7∼8명이 모여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는 대신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단결했고, 성(省)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결과 수확이 6배나 증가한 것이 그것이지요.”
아울러 그는 “정치체제에 일당독재가 있을 뿐이지 나머지는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라며 “중국에서는 싫어하겠지만 ‘중국적 사회주의’를 ‘중국적 자본주의’로 바꿔 부르는 게 더 솔직하고 진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 무소속 국회의원을 지지한 그는 그 배경에 대해 “(안 의원이) 때 묻지 않은 지성인의 진실을 가지고 있고 가장 비정치적이라 가장 정치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