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창시자’ 칼더 예술세계 만난다… 삼성미술관 리움,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
입력 2013-07-16 18:42
관람객의 움직임이나 실내 공기의 미세한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조각 ‘모빌’. 갓난아기의 침구에 장식으로 활용되는 모빌의 창시자는 미국 작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다. 이를 통해 20세기 조각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회고전이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린다.
16일 전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칼더의 외손자인 알렉산더 로워 칼더재단 대표가 참석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직접 만든 것만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며 조수도 두지 않았다”며 “1800가지 장신구를 만드셨는데 까르띠에, 티파니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 공동작업 제안을 받을 때마다 거절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고안해낸 모빌이 갓난아기들을 위한 장식품으로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칼더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할아버지는 그런 모빌들을 정말 싫어하셨어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이셨지만 누군가 자신의 작품 한 부분을 가져다가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Calder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라는 타이틀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칼더 회고전으로 그의 예술세계 전반을 조명할 수 있는 118점이 선보인다. 칼더의 대표작인 ‘모빌’과 고정된 조각인 ‘스태빌’뿐 아니라 초기작인 철사조각과 드로잉, 회화 등이 나온다.
칼더는 조각가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뉴욕 아트스튜던트 리그에 진학해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삽화가로 일하며 서커스의 역동적인 모습을 드로잉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를 철사로 연결해 ‘칼더 서커스’를 만들기도 했다.
조각이라고 하면 으레 나무나 석고, 청동, 돌 등으로 만든 묵직한 작품을 떠올리던 시절, 칼더는 철사와 모터 같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1931년 처음으로 ‘움직이는 조각’을 선보였다. ‘모빌’이라는 이름은 마르셀 뒤샹이 붙였다. 이듬해 칼더는 기계 장치를 아예 없애고 작품을 천장에 매달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다.
평생 2만3000여점을 제작한 칼더는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리움 야외공간에서는 말년 대표작인 ‘거대한 주름’(1971), 빨간 치즈를 연상케 하는 ‘무제’(1976)도 전시된다. 전시 기간 중 추상조각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 ‘칼더 가족 워크숍 서로 기대어 서기’도 진행된다. 관람료 5000∼8000원(02-2014-690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