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vs 48%’의 정치학] 막말 나올때마다 발끈하는 청와대
입력 2013-07-16 18:34 수정 2013-07-16 22:32
청와대는 최근 대야(對野) 공세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러나 야당 공격에 강성 발언으로 적극 반격하고 자제력을 잃은 듯한 모습에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야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겨냥해 ‘막말’을 뱉을 때마다 청와대는 발끈했다.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귀태(鬼胎) 발언’을 내놓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당 이해찬 상임고문은 14일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독설을 했고 이 수석은 15일 ‘협박’으로 규정하고 성토했다. 같은 날 박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표현은 완곡했지만 야당을 질타했다.
인신공격 성격이 짙은 발언으로 먼저 공격한 민주당에 여론의 비난이 쏠리고는 있지만 청와대 역시 사안을 긁어 갈등을 더 키웠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으로 상심이 큰 ‘국민 48%’(18대 대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득표율)는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불복이면 불복이라고 하라”고 몰아붙이며 박 대통령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굳이 부각시키는 청와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정부 출범 이후 대선 패배 세력을 보듬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으면서 무조건 승복만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보였던 박 대통령의 태도 때문에 불만이 더 증폭된 측면도 크다. 박 대통령은 본인 의사와 무관했다고는 해도 불가피하게 연루된 사건에 대해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8일에는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혼란과 반복이 거듭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제3자적인 관점에서 발언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교·안보·민생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가급적 정치적 발언은 자제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민감한 국내 현안에는 침묵하면서 신중한 분위기였다. 이 같은 기조는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으면서 실제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격 대상이 되고, 정권 정통성까지 흔들려는 시도가 감지되자 정권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앞서 나가며 민주당과 대립하자 정국은 ‘청와대 대(對) 민주당’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격(格)이 맞지 않는 구도를 장기간 끌고 가면서 향후 청와대가 건건이 정쟁에 휘말리게 될 경우 현재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여론도 한순간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