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산압류] 朴대통령에게 전두환 前대통령은 ‘좋지않은 기억’
입력 2013-07-17 05:00
검찰이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압수수색과 재산압류 절차에 전격 나서면서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 ‘전두환 비자금’ 환수에 강경한 박근혜 대통령의 스탠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은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을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모든 걸 책임지라는 건 난센스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 입문부터 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1976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였던 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사건이 터진 직후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한 6억원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장본인이다. 이후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정책을 폈다.
박 대통령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회상하곤 했다. 권력 무상함, 가깝고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아버지에 대한 비난과 폄훼를 바라보며 은둔한 시기였다.
2004년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했다. 만남은 의례적인 수준에서 끝났고 이후 다시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 지난해 대선 때도 고(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권양숙·이희호 여사를 만나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예방했지만, 유독 전 전 대통령은 외면했다.
10·26사건 직후 받은 6억원 문제는 대선을 넘어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야당의 단골 공격 메뉴가 됐다. 지난해 12월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거론하자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했다”고 술회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6억원은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3억원”이라고 트집을 잡기도 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에게 전 전 대통령은 온통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